공정거래법 개편 특위 권고안… 벤처지주회사 활성화 위해 규제 완화 권고

입력 2018-07-30 04:03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유진수 위원장(가운데)과 특위 위원들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방안 최종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민관 합동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특위)가 29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제한 등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편 권고안을 마련했다. 특위는 한편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벤처지주회사 규제 완화 방안도 담았다. 그러나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정위는 특위 권고안을 참고해 다음 달 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위는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회사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벤처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벤처지주회사는 벤처기업 주식가액 합계액이 소유한 전체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의 절반 이상인 지주회사를 말한다.

현행 벤처지주회사 설립 요건은 자산 5000억원 이상, 의무지분율 20% 이상이다. 특위는 이를 낮추는 동시에 추가 인센티브를 줘 벤처기업 M&A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에 맞춰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할 경우, 대기업 계열사 편입 유예기간을 현행 7년보다 더 늘리는 방안 등 인센티브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특위는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털(CVC) 회사를 계열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법상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서로 상대방 영역에 진입할 수 없는 금산(金産) 분리 원칙을 위배한다는 이유에서다. 특위는 또 총수일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편법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기존 지주회사 제도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위는 대기업이 매출액이 적은 스타트업을 인수해도 기업 결합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현행 기업결합 신고 기준은 인수기업의 경우 매출액 3000억원 이상, 피인수기업은 300억원 이상이다. 매출액이 수조원 대인 대기업이 매출액 300억원 미만인 스타트업을 인수할 경우 기업결합신고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특위 관계자는 “현행 규정은 대기업의 독과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위는 총수일가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권고했다. 현행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이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인 것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위 안대로 공정거래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대기업 계열사는 현재 203개에서 441개로 늘어난다.

특위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의 핵심인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과 공정위가 ‘알아서’ 합의할 것을 권유했다. 일단 두 기관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담합 등 모든 불공정행위 사건에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이에 따라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은 담합 등 불공정행위 사건을 조사할 권한이 생겼다.

문제는 담합 사건 조사에 필수적인 리니언시 정보에 대한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다. 검찰은 기업이 담합을 했다고 자진신고하는 동시에 공정위가 검찰에 관련 정보를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정위는 자진신고 후 일정 시일이 지난 뒤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리니언시와 동시에 검찰이 기업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에 나설 경우 리니언시 제도가 위축돼 담합 적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국가기관 입찰담합 등 중요 사건의 경우 13개월, 일반의 경우 3개월의 리니언시 정보 제공 간격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결국 공정거래법 입법예고 전 청와대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