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을 달궜던 제약·바이오주가 잇따른 악재에 주춤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주 약세에 코스닥지수는 지난주 한 차례 75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올 초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이 나오고 지수가 900선을 웃돌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다만 2분기 실적시즌인 만큼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제약·바이오 기업 위주로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KRX헬스케어지수는 전주 대비 8.11% 하락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헬스케어 종목으로 구성된 이 지수의 시가총액도 6주 동안 꾸준히 하락해 158조원대에서 137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제약·바이오 대장주의 하락세도 뚜렷하다. 27일 코스닥 시총 상위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29일(11만900원)과 비교해 23.71% 하락했다.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는 1차 결론이 났지만 최종 마무리가 되지 않아 시장에 불확실성을 남겼다. 최근 네이처셀 대표가 시세조작 혐의로 구속됐다는 뉴스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용에 대한 테마 감리를 벌이고 있다는 점과 일부 기업은 정밀감리까지 받게 될 수 있다는 소식도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짜 백신 사태가 터지면서 대외 악재까지 더해졌다.
문제는 제약·바이오주가 폭락하면 코스닥시장 전체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제약·바이오주는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의 28%를 차지한다. 지난 23일 코스닥지수가 4% 이상 급락한 배경에는 제약·바이오 대장주인 메디톡스(-5.28%), 신라젠(-13.27%) 등의 폭락이 있었다. 여기에 일부 바이오주에서 외국인이 대량 매물을 쏟아내는 투매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주가 급락에 부채질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진행 중이라 시장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영업점 영업직원들에게 8월 주식시장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상승기대 업종으로 제약·바이오를 뽑은 응답이 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를 상승기대 업종으로 뽑는 응답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삼성증권 서정훈 연구원도 보고서를 내고 “바이오주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추세전환을 확인한 후 진입하는 것이 적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다만 경험칙에 의해 한 달 내 회복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정다이 연구원은 “금융위기에 근접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투매 현상이 벌어졌을 때는 1개월 내 회복이 되어 왔다”고 분석했다. 2분기 실적발표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변수다. 정 연구원은 “실적이 받쳐주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제약·바이오주, 잇단 악재에 급락… 당분간 지속될 듯
입력 2018-07-3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