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CNN방송의 관계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백악관은 노골적으로 CNN을 취재에서 배제하고 있다.
CNN은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공개 기자회견에 자사 기자의 참석을 금지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자가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카이틀란 콜린스(사진) CNN 기자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에서 백악관 출입기자 대표로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위원장의 회담을 취재했다. 콜린스는 회담이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된 성추문의 핵심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린스 질문에 대답하기는커녕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콜린스는 잠시 후 빌 샤인 백악관 공보국장에게 호출을 받았다. 샤인 공보국장은 로즈가든에서 열리는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집무실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한 데다 소리를 질렀다는 게 이유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백악관의 잘못된, 부적절한 결정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에게 꾸준히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는 등 나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앉는 전용기 좌석에 CNN이 켜진 것을 보고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대표적 언론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코언이 성추문 은폐를 논의한 녹음파일을 단독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영국 방문 당시 테리사 메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가 질문하려 하자 “나는 CNN 기자한테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4일 CNN과 예정된 인터뷰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취소하기도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트럼프 개인 변호사 관련 질문했다고… 백악관, CNN 기자 취재 불허 논란
입력 2018-07-2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