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를 어쩌나…” 교회들 여름행사 '비상'

입력 2018-07-27 00:00
한 어린이가 지난 21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유치부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해 물놀이를 하던 중 머리에 물을 부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폭염이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가 꺾인다’는 예보도 당분간 없다. 폭염은 아무도 반기지 않는 불청객이다. 더워도 너무 더워서다. 야외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여름행사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영성훈련이나 봉사활동을 위해 모였다가 자칫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 온열병으로 쓰러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장 여름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교회들의 고민은 크다. 여름행사는 학생들의 방학과 함께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교회학교 행사가 끝나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산상수련회나 하계봉사가 이어진다.

교회들은 자체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서울 반포교회 교회학교는 26일부터 순차적으로 여름성경학교를 시작한다. 박성진 교육목사는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들의 건강은 교사들이 가까이에서 항상 주의 깊게 살피도록 했다”면서 “원칙적으로 낮 시간에는 야외행사를 자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물놀이를 할 때도 45분 수영한 뒤 15분 휴식하도록 했고 하루에 2시간만 물놀이를 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온음료도 충분히 제공하기로 했다. 더위로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은 즉시 시원한 실내에서 쉬도록 하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인근 병원으로 이송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성인을 대상으로 행사를 준비하는 교역자들도 ‘피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치유하는교회 청년부는 30일부터 경북 포항 구룡포읍 석병교회 일대에서 농촌봉사활동을 한다. 논농사 지원과 노후주택 보수 등이 예정돼 있다. 모두 무더위 속에서 진행되는 야외활동이다.

이창조 청년부 담당 목사는 “스스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성인들이라 교회학교 학생들보다는 고민이 덜하지만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차가운 물에 담가뒀다가 야외활동 때 목에 두를 수 있는 ‘쿨 스카프’를 나눠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봉사활동 기간 중 ‘더위 순찰대’도 운영한다. 진행요원들이 봉사현장을 수시로 돌며 청년들의 건강을 체크하겠단 계획이다.

높은 기온이 칼이라면 물은 방패다. 보건복지부도 폭염 속 야외활동을 할 때 수분 섭취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8일 온열질환 주의를 당부한 복지부는 “낮 12시부터 5시까지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되도록이면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게 온열병을 피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폭염 중엔 실내활동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전체 환자 중 20%가 실내에서 활동 중 온열병을 얻는다. 복지부는 “어지러움이나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실제 온열환자가 발생할 경우 환자의 몸을 차갑지 않은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아 빠르게 체온을 내리게 한 뒤 의료기관을 방문하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