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난 아이가 뜨거운 차량 속에서 홀로 7시간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갇혀 숨진 4세 A양을 추모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통학버스에 갇혀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여름에도 광주의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4세 아이가 7시간 넘도록 갇혀 뇌손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안전규제법의 실효성이 낮은 게 참사가 반복되는 원인이라고 본다.
이번 사고는 법에 마련돼 있는 ‘이중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참사를 막을 기회가 두 차례 있었지만 모두 놓쳤다. 어린이집 통학차량 운전자는 광주 통학버스 사고 이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하차 시 뒷자리에 타고 있는 사람을 확인할 의무를 지닌다. 그러나 A양과 함께 차에 올랐던 운전자와 교사 모두 이를 지키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이의 담당 교사는 결석한 아이가 있음을 알면서도 오후가 돼서야 학부모에게 연락했다. 이영미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수는 “교사는 아이가 오지 않았으면 바로 출석체크를 해야 했다”며 “어른의 부주의가 두 번이나 겹치면서 참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잇따른 통학버스 사고로 안전규제법은 강화됐지만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정희중 도로교통공단 경기지부 교수는 “관련법상 운전자와 원장은 통학버스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운전기사가 자주 바뀌는 데 비해 교육은 2년에 한 번만 이뤄져 효과가 적다”며 “심지어 동승 보호자에 대한 교육은 필수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의 경우 운전자와 원장은 안전 교육을 받았지만 동승 보호자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 하차 시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운전자는 처벌받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 교수는 “형량도 주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나 약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교육과 처벌을 강화하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재발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희영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수는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 교사, 어린이집 내 보육교사, 원장이 버스 승하차 인원을 거듭 확인하는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프랑스 등처럼 운전자가 어린이 통학차량의 가장 끝 좌석부근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야지만 시동이 꺼지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동두천경찰서는 이날 A양에 대한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사인이 파악된 후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양은 지난 17일 오전 어린이집 차에서 내리지 못한 뒤 오후 4시쯤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교육부는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위치알림 서비스를 도입키로 했다. 올해 예산 8억5000만원을 들여 유치원과 초·중학교, 특수학교 통학버스 약 500대에 단말기를 설치하고 통신비를 지원한다. 알림 서비스가 도입되면 학부모와 교사는 어린이 승하차 여부를 문자로 전송받을 수 있으며 안내된 링크를 통해 통학버스 위치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안규영 이도경 기자 kyu@kmib.co.kr
‘人災’ 되풀이 ‘슬리핑 차일드 체크’ 도입 필요… 또 ‘통학버스 갇힘’ 사고
입력 2018-07-19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