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편의점 업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모두 “한계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편의점 출점 제한이 사실상 해제된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포 수가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한마디로 과포화 상태다. 5대 프랜차이즈 소속 편의점 4만여개와 일반 편의점 3만개 등 그 수를 더하면 약 7만개에 달한다. 이는 인구 740명당 1곳으로 2300명당 1곳인 일본보다 밀집도가 3배 정도 높다.
국내 편의점 수가 많은 이유는 낮은 진입장벽 때문이다.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된다. 1억원 정도면 누구나 가맹점주가 될 수 있다. 좋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면서 실직 또는 퇴직 후 편의점, 치킨집 같은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을 열려는 사람이 많으니 근접출점 문제가 불거졌다. 현행법상 같은 브랜드만 아니면 250m 이내에 새로운 편의점을 낼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여러 브랜드의 편의점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18일 “가맹점주들이 협회에 요청한 상담 중 절반 이상이 근접출점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의점 시장에 지난 몇 년 동안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이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출점 제한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과포화 상태가 되면서 가맹본부도 답답한 상황에 처했다. 외형적인 성장이 어려워지면서 해마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주요 편의점의 영업이익률은 곤두박질쳤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4%대 영업이익률을 보인 CU와 GS25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2.1%, 1.3%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문제까지 겹쳐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내년 최저임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가맹본부는 당혹해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편의점 가맹본부 6개(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씨스페이스)와 간담회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전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불공정 행위 관련 현장조사를 벌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가맹점주 부담을 가중시키는 편의점 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맹본부만 압박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근본적으로 생산성 등을 고려한 최저임금체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국내 편의점 7만개… 가맹본부도 가맹점도 “한계상황”
입력 2018-07-18 18:05 수정 2018-07-18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