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과거지향적 인적청산 반대… 새 가치 정립부터”

입력 2018-07-18 18:16 수정 2018-07-18 21:29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운영에 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김지훈 기자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 있어, 이념 공유 못할 땐 갈 길 달라”
인적 쇄신 여지 남겨둬
“비대위는 비대위서 끝내야”…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 일축
민주당 전재수 의원 “金, 권력 금단현상” 맹비난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당 혁신과 관련해 “미래를 위해 새로운 가치정립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쇄신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과거 지향적 측면에서의 인적 청산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의 새로운 선장으로서 인위적인 인적 쇄신보다 자신이 구상하는 이념과 가치를 한국당에 입히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이 인권·상생·평화·통일 등의 가치를 점유하며 강한 가치 지향성을 보인 반면 보수 정치권이나 한국당은 가치 점유에 있어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원과 의원들이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자율’이라는 가치”라며 “국가가 시민사회와 시장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노선 등을 집중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당의 고질병인 친박근혜·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에 대해서는 “새 가치와 기준이 생기면 그에 입각해 당원과 원내 구성원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비대위원장에게 부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애초 공천권과 관련된 어떠한 권한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친박계 등 당 일각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당대표로서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이 있다. 이념 체계가 전혀 다르거나 정책적 방향이 도저히 같이 공유하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우리가 서로 길을 달리할 수 있다”며 인적 쇄신의 여지를 남겼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요구해온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이 먼저 새로운 가치와 방향을 정하고 그다음 가치의 실현을 두고 당대표 후보들이 경쟁해야 한다”며 일축했다. 비대위 활동 기한에 대해서도 “가치를 정립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린다. 최소한 올해는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비대위는 비대위에서 끝나야 한다”면서 자신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은 부인했다.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9명으로 할지, 11명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당연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외에 초·재선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한두 명 모실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령대나 성별, 전문성에서 다양한 외부 인사를 기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간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민대 교수 시절 강원랜드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접대라고 하기엔 곤란하다”고 적극 반박했다.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프로암 경기에 초대받아 간 것이며, 솔직히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당 의원들도 “김 위원장 내정 직후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경찰 내사 내용이 공개된 것은 정치적 저의가 있다”며 김 위원장 엄호에 나섰다.

반면 노무현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 출신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이전부터 권력의 금단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배려해준 사람을 떠나 반대 진영에 몸담는 것은 정치적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