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에 담긴 전망치는 충격적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이번 정부가 출범 이후 투입한 일자리 예산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11조원과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 등을 포함해 17조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취업자 증가 전망은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2.9%로 내렸다. 내년 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2.8%로 전망됐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4.6% 늘었는데 올해 연간 전망은 고작 1.5%다. 수출증가율도 지난해 15.8%에서 올해 5.3%로 3분의 1 토막 나고 내년엔 2.5%로 급락할 거로 내다봤다.
1년 새 경제 주요 지표가 이처럼 한꺼번에 급격히 악화한 데는 J노믹스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도 기재부의 원인 분석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한 자도 없다. 기재부가 지목한 경제 악화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와 온라인화 등 구조적, 장기적 요인들뿐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관된 추진도 공언한다. 사람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효과를 내기까지 시차가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경기가 하강하고 고용이 급격히 악화하는 현실을 인정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처럼 비상한 상황이라면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공급을 늘리면서 근로자 실질소득도 올릴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크게 확충하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EITC의 대상자와 지급액을 각각 두 배로 확대해 지원 규모를 연 1조1416억원(2017년 기준)에서 3조8000억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EITC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해소하는 뒤처리용이 돼서는 안 된다. EITC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뛰어난 ‘일하는 복지’의 대표적 정책 수단이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등 세계 정상급 경제학자들이 부작용이 많은 최저임금보다는 EITC를 월등한 수단으로 권고한다. 소득주도 성장이든 정부가 새롭게 주창하기 시작한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든 1차적 정책 수단을 EITC로 하고 최저임금 조정을 부차적 수단으로 삼는 게 맞다.
경제 활성화의 지름길인 혁신성장 대책이 구체성이 없고 과거 나온 방안의 재탕이라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혁신성장 관련 자료에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업종별 혁신과 국가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해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혁신 성장과 규제 완화를 병행하지 않고선 성장 엔진을 다시 살려낼 수 없다. 단기적 부양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근본적 정책 수정이 없으면 또 한 번의 재정 퍼붓기에 그칠 것이다.
[사설] ‘정책 실패’ 반성 없으면 또 재정 퍼붓기로 끝난다
입력 2018-07-1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