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 그런지 비가 자주 오고 습하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이 이어지면 출퇴근 시 어려움을 겪고, 몸도 끈적끈적해져 불쾌지수가 올라가기 쉽다. 우리 몸에서 특히 습기에 취약한 곳은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쪽 피부다.
항문 주변 피부도 예외가 아니다. 습기가 있는 상태에서 오래 앉아 있으면 약한 피부가 헐게 되고 그로 인한 염증이 가려움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때 환부를 손으로 긁거나 비비게 되면 상처가 나 더 가려워지기 십상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선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가끔 자리에서 일어나 사타구니와 항문 쪽에 바람이 통하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집이라면 간단하게 좌욕을 하고 물기를 잘 말려준 후 헐렁한 내의를 입고 엉덩이 한쪽을 끌어당겨 통기를 해주면 더욱 좋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항문가려움증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아울러 그 가려움증이 단순 습진 때문인지, 습한 부위에 무좀균 등에 의한 진균 감염증이 생겨서 그런 것인지, 헤르페스나 콘딜로마(곤지름), 베체트병 등 생식기와 항문 주위에 생길 수 있는 다른 질병이 원인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치질 증상과는 달리 항문 주위 피부의 일부가 늘어져 항문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피부 꼬리’로 불리는 병증이다.
간혹 이 피부 꼬리가 속옷을 더럽히는 오염원이 되거나 내(內)치질과 더불어 자라게 되면 탈항과 비슷한 상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항문 주위가 항상 습하고 미끈거리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경우다. 이 역시 항문 가려움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때는 항문 주위 피부 관리와 함께 내치핵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
항문 주위 피부에 점액이 묻어 나오는 증상은 또한 대장암이나 결장, 직장에 생긴 염증 때문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항문 가려움증으로 남들에게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면 한번쯤 대장항문질환 전문 의사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좋은 이유다.
평소 특별한 이상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깨끗한 항문 관리는 필요하다.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있는 것도 피해야 한다. 혹시 지금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면 잠깐 일어나 기지개라도 한번 쫙 펴보자. 옷가지에 꽉 끼어있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피부에 바람이 통하게 말이다.
이선호 구원창문외과 대표원장
[헬스 파일] 장마철 항문 가려움증
입력 2018-07-1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