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선별 폐지보다 보완·유지” 우세

입력 2018-06-29 04:00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 참석했다. 구 부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올 하반기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계기로 담합 등 주요 불공정행위 사건을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조사에 착수하는 ‘잘못된 틀’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부장검사는 “공정위가 조사하는 사건이 공정위 캐비닛에서 어떻게 사라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재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전속고발권을 무기로 ‘기업 봐주기’를 한 적이 결단코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김 국장은 구 부장검사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권했지만 구 부장검사는 사양한 채 검찰청사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검찰은 공정위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대기업을 봐주는 대가로 ‘퇴직자 취업’ 특혜를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한다.

검찰의 조사 착수 9일째인 28일,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구 부장검사는 공정거래법 TF가 공정위 의도대로 끌려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표하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공정위의 선의를 믿고 싶다”고 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전속고발권 유지 등 권한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이에 맞서는 김 국장의 발언 강도는 세미나 때보다 약했다. 김 국장은 “전속고발권에 대해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면은 있다”면서 “검찰 수사권이 일정 부분 활용돼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정거래법 TF는 전속고발권 제도 개선 권고안에서 ‘선별 폐지’와 ‘보완·유지’ 방안 가운데 보완·유지 의견이 근소하게 많았다고 공개했다. 선별 폐지는 경성담합 등 중대한 위반행위를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조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담합은 가격·물량을 조정하는 경성담합과 상품 종류 제한 등을 합의하는 연성담합으로 나뉜다. 공정위가 적발하는 담합 사건의 90% 이상이 경성담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별 폐지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와 같다.

공정거래법 TF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경우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주체에 대한 논의를 검찰과 공정위 협의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리니언시를 둘러싼 두 기관의 입장 차는 여전하다. 검찰은 리니언시 주체를 검찰과 공정위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정위는 리니언시 정보를 공유하되 주체는 기존대로 공정위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TF가 리니언시 제도 개선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공정위에 대한 검찰 조사가 본격화되고 있어 전속고발권 폐지를 둘러싼 두 기관의 갈등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