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서 죽어가는 阿난민 늘었다

입력 2018-06-28 18:50 수정 2018-06-28 21:29
한 여성이 2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집회에서 ‘유럽연대(#EuropeanSolidarity)’라고 적힌 종이배를 들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개막한 이날 아테네에선 EU 지도자들에게 더블린 조약을 개정하고 유럽의 연대를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더블린 조약은 난민이 처음 도착한 EU 회원국이 수용과 보호를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어 시리아 난민이 몰리는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반발하고 있다. AP뉴시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에 위치한 니제르 정부가 자국민들에게 유럽행 난민들이 사막을 건널 수 있도록 돕는 행위를 금지한 이후 사막에서 목숨을 잃는 난민이 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제르 북부 지역은 사하라 사막과 맞닿아 있다. 아프리카에서 내전 등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북아프리카로 걸어서 가려면 사하라 사막을 건너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니제르 북부의 오아시스 도시 아가데즈 주민들의 도움은 필수적이었다. 난민들은 사막을 건너 지중해 관문인 리비아에 도착하기 위해 현지 주민들의 도움을 받고 반대급부로 소량의 대가를 줘왔던 것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압박을 받은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이주자 밀입국 행위를 금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난민들은 현지 주민들의 가이드 또는 도움 없이 무턱대고 사막으로 향했다. 이들은 사막을 헤매다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인신매매범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모하메드 아나코 아가데즈 지방의회 의장은 “얼마나 많은 난민이 리비아로 향하는지, 어떤 길을 택하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아가데즈를 우회해 사막지대로 들어간 난민들은 곧 길을 잃는다. 수개월 후에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는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탓인지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 숫자는 확실히 줄었다. 니제르뿐 아니라 알제리, 말리 등이 난민 차단에 나선 결과다. EU 국경 및 해안 경비기관인 프론텍스는 지난 1∼5월 유럽에 도착한 난민 수가 4만32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에 도착하지 못한 난민 상당수가 사막에 발이 묶여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EU 국가들 사이에선 북아프리카에 난민 차단 관문을 추가로 세우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지난 25일 “유럽행 난민의 자격을 심사하는 난민센터가 리비아 남부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즉각 반대의 뜻을 밝혔다. EU 회원국들도 이탈리아의 구상을 지지하지 않았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난민 문제를 논의할 EU 정상회의가 28일 개막했다. 정상회의는 29일까지 이어진다. 회의에선 난민과 미국과의 무역분쟁 대책,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 등이 논의된다. 난민이 처음 도착한 EU 회원국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하는 더블린 조약에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반발한다.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 의무 할당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