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평택’… 北 도발 억지하고 동북아 군사허브로

입력 2018-06-29 04:04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는 미군의 해외 주둔 단일기지 중 최대 규모다. 주한미군의 평택시대 개막은 확고한 한·미동맹의 상징이다.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맞물려 주한미군의 새로운 임무를 예고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은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면서 사실상 영구 주둔 시설을 확보하게 됐다. 캠프 규모 자체가 소도시급이다. 전체 면적 1467만7000㎡(약 444만평)에 주한미군사령부, 미8군사령부, 미2사단 본부 청사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와 병원, 극장, 수영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미군과 군무원, 가족 등 4만2000여명이 머무를 수 있다. 단순히 미군 주둔 시설이 아니라 가족동반 순환 근무가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2월 헬기를 타고 캠프 험프리스를 둘러본 뒤 ‘원더풀(멋지다)’이라고 평했다.

주한미군은 ‘원더풀한 주둔지’로 이전하게 됐지만 되레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물꼬를 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역할 변경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 진영에선 비핵화 논의 진전으로 북한의 위협 수준이 희박해질 경우 대규모 미군 주둔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선 유세 때도 강조했지만 주한미군은 줄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평화체제 구축이 가시화되더라도 주한미군이 곧바로 감축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평화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주한미군의 역할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경기도 동두천의 210화력여단 등이 당장 평택으로 이동하지 않고 잔류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또한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는 1954년 11월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여부는 북한의 변화 상황과 별개로 한·미 정상 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될 경우 일정 수준의 역할 변경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의 역할 변화다. 또한 미국 스스로도 캠프 험프리스의 전략적 효용성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초기지이자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 영향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측면에서다.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이 군사·경제적으로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이다. 또 주한미군은 한반도 유사시 캠프 험프리스 및 그 근처에 있는 평택항과 오산 공군기지 등을 통해 증원 전력을 빠른 시간 내 이동시킬 수 있다. 특히 기지 내 철도차량기지가 있기 때문에 병력과 물자의 대규모 이동도 가능하다.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동아시아의 군사 허브로 활용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주한미군뿐 아니라 정전협정 체제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 일종의 평화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며 잔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