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한국 축구 대표팀의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때 바로 신태용 감독이 구원 등판했다. 신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신태용호가 걸어온 약 1년간의 여정은 기존의 어느 국가대표팀보다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 감독은 국가대표팀과 묘한 인연을 이어왔다. 국가대표팀 코치로 있었던 2015년 2월 신 감독은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맡았다.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고(故) 이광종 감독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이었다. U-23 대표팀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8강으로 이끈 신 감독은 다시 한 번 소방수로 등판했다.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안익수 감독의 후임으로 2016년 11월 20세 이하(U-20)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신 감독은 이승우 백승호 등을 주축으로 U-20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A대표팀 사령탑은 한국 축구의 월드컵 운명이 걸린 자리였다. ‘독이 든 성배’라며 주변의 만류도 없지 않았으나 신 감독은 마다하지 않았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위해 내 한 몸 불사르겠다. 만약에 지면 질타를 달게 받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당시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위였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에 승점 1점 차로 쫓기고 있었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서 극적 무승부를 거두며 가까스로 본선에 올랐다.
대표팀은 월드컵 직전까지 총 18차례 A매치에서 6승6무6패를 거뒀다. 특히 월드컵 직전 평가전 성적은 1승1무2패로 좋지 않아 팬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다. 권창훈 이근호 김민재 등의 부상 낙마라는 악재가 생기긴 했지만 조직력을 다질 시기에 실험만 한다는 여론의 질타도 이어졌다.
신 감독은 월드컵 직전까지 세트피스 등 전술과 베스트 11을 철저히 숨겨, 트릭 논란을 일으켰다. 조별리그 1, 2차전에 패하며 모든 사람이 기대한 묘수는 없었던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독일전에서 절묘한 포메이션을 통해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기적과 같은 승리를 낚는데 성공했다. 온갖 의심과 비난을 받은 신태용호의 실험은 해피엔딩으로 귀결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신태용호 실험 1년… ‘유종의 미’
입력 2018-06-27 19:05 수정 2018-06-28 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