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해 직접적인 반격을 경고하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한층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1일 골드만삭스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회 소속 CEO들과 만나 중국은 미국에 반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은 “서양에서는 ‘누가 네 왼쪽 뺨을 때리면 다른 뺨도 대라’는 개념이 있지만 우리 문화는 (한 대 맞으면) 맞받아친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시 주석이 미국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 인사는 “중국은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쓴 과일을 먹을 것”이라며 “그것은 시 주석이 정한 협상 원칙”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열 것”이라며 미국 기업을 차별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기회를 줘 우군을 늘리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2014년 구성된 글로벌 CEO 협의회는 주로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던 자리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이번에 직접 참석한 것은 “미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전달하려는 목적”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파급효과가 제한적인 관세보복 외에 미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불허, 허가 지연, 검사 강화, 미국 제품 불매운동 등 비관세 장벽을 활용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니콜라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애플은 4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아이폰 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며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 정부에 의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노무라홀딩스와 스위스 UBS그룹, 미국 JP모건체이스는 중국에서 다수의 중개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관련 규제기관에 신청했으나 중국 당국은 그중 JP모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퀄컴이 440억 달러(약 48조원)에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NXP를 사들이는 인수건도 여전히 승인을 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성도일보는 중국 공산당 선전 당국이 언론매체에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대한 언론 보도를 축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지침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 정부 고위인사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하지 말고, 미국 언론의 무역·관세 관련 보도에 대해선 중국 상무부의 답변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게재하라는 식이다. 언뜻 보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가급적 피하자는 취지로 보이지만, “끝까지 갈 각오를 하라”는 류허 부총리의 내부 발언도 지침에 포함된 만큼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도지침에는 또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을 강조하지 말고 이를 어길 경우 문책을 당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시진핑 “맞으면 맞받아친다”… 美 무역보복에 날선 경고
입력 2018-06-2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