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뿐 아니라 북한 취재진과 경호원들도 현지 내·외신 취재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북한이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특별한 ‘호기심’에 더해 통제된 북한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집중 취재 대상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 ‘투데이’는 11일 북한 기자와 경호원들이 김 위원장의 동선을 예비하고 수행하는 모습에 주목해 “이들의 행동은 북한이 여전히 얼마나 단단히 고립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어 “3대에 걸친 독재 정권에서 북한 국영 매체가 전파한 이미지는 지도자의 정통성을 구축하는데 일조해 왔다”며 “북한은 이제 막 냉전시대의 껍질을 깨고 (외부로) 나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한 기자들은 엄격한 보안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김 위원장의 숙소 세인트 리지스 호텔 인근에서 여타 취재진과 달리 자유롭게 움직였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예정된 동선에서 최적의 위치를 포착하는데 전념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현장에 있던 다른 취재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북한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자 내·외신 기자들은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때 아닌 취재 열기를 보였다. 북한 기자들은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일부는 상대 기자들을 향해 카메라를 마주 들이대기도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 기자단의 카메라를 살펴본 결과 캐논 최고급 카메라 ‘EOS-1D X’를 소지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용 대형 ENG 카메라 역시 일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부터 현지 경찰과 호텔 관계자들의 협조 하에 김 위원장의 동선을 체크하고 주변을 경계해 온 북한 보안요원들도 카메라 기자들의 집중 촬영 대상이 됐다.
로이터 통신은 “호텔 주변의 보안이 매우 견고했고, 김 위원장의 벤츠 리무진이 들어오기 몇 시간 전부터 (일반 손님의) 출입이 통제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출입하는 시간대에는 호텔 로비를 중심으로 북한 보안요원 수십명과 북한 취재진을 제외한 모든 움직임이 최대한 통제됐다는 것이다.
북한 기자들이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미 머물고 있던 호텔 투숙객들의 사진 촬영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지가 이어졌다. 북한 당국자가 일부 투숙객을 지목해 ‘김 위원장 사진을 찍었다’고 항의하자 현지 경찰과 호텔 측이 협조를 요청해 한 남성의 휴대전화에 찍힌 김 위원장 사진을 지우는 장면도 언론에 포착됐다. 이 북한 당국자는 로이터에 “(그들이) 김 위원장의 사진을 찍는 것을 봤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여성은 이 같은 제지에 휴대전화를 보여줄 수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투숙객들은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철통 보안에 대해 대체로 ‘기이하다’고 여겼다. 한 서방 관광객은 “무엇을 기대했나. 그게 북한”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해외언론 취재 대상된 ‘北 취재진’
입력 2018-06-1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