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청춘’… 알바도 하늘의 별 따기

입력 2018-06-11 05:05

근로시간 단축에 직장인까지 가세… 대학생·청소년, 자리 씨 말라 울상

10일 오후 한 구인구직 사이트. 24분 전에 올라온 서울시내 카페 알바 공고를 클릭하니 ‘현재까지 143명이 이 공고를 조회했다’는 문구가 떴다. 어렵게 통화 연결된 채용 담당자는 “벌써 전화를 10통 가까이 받았다”며 “알바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평일 오후시간대인데도 이 정도”라고 말했다.

알바 구직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알바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취업보다 알바 구하기가 힘들다’거나 ‘이제 인맥 없이 알바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 달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저녁이나 주말시간을 이용해 ‘투잡(부업)’을 하려는 직장인이 늘어난 데다 대학가도 방학 시즌에 접어들면서 알바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상태에서 구직자들은 크게 늘어 경쟁이 심해졌다.

IT 업체에 근무하는 장모(29)씨는 최근 어렵게 주말 알바를 구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주말특근을 자제하라’는 회사 공지가 내려오자 ‘투잡’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동안 주말특근으로 매달 받았던 추가수당 60만원이 통째로 날아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력서를 넣어도 연락 오는 곳은 드물었다. 결국 지인을 통해 알아본 곳에서 주말 저녁 바텐더 자리를 구했다.

장씨는 “그나마 클럽에서 일해본 경력이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구한 것”이라며 “주 52시간 근무 때문에 다들 투잡을 하려고 하니까 알바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 회사 동료들은 훨씬 더 힘들게 구하더라”고 말했다.

구직 사이트인 알바몬의 지난달 이력서 등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0.1%나 뛰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는 등 재계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던 지난 4월에는 71.1% 증가했다. 지난 1월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 구인 공고는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알바몬에 등록된 알바 공고는 718만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1만여건에 비해 9.2% 줄었다.

이전에는 기피 대상이던 알바에도 지원자들이 몰린다. 대전에 사는 김민지(19)씨는 지난달 카페 알바 면접에서 “쉬는 날도 나와서 연습해야 실력이 빨리 는다”는 말을 사장으로부터 들었다. 평소 같았다면 거절을 고민했을 법했지만 김씨는 “알겠다”고 답했다. 한 달째 알바를 구하지 못하자 조바심이 들었던 탓이다. 눈을 낮춘 만큼 이번에는 붙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김씨는 “요새는 경쟁이 치열해 조건을 가리지 않고 지원자가 몰린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구인구직 사이트를 돌아다녀보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청소년과 대학생까지 구직에 뛰어들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알바천국이 분석한 결과 지난달 10대 구직자의 지원 건수는 지난 4월 대비 26.5% 늘었다.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는 ‘여름방학 알바를 구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 돈다. 충남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최현식(17)군은 “지난 겨울방학 때도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가리지 않고 문을 두드렸지만 알바를 구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더 힘들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