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 인형작가 신혜정(51·군포 산울교회) 집사는 지난 2월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전 ‘아트 캐피탈’에 입선해 ‘엔젤’ 시리즈 작품을 전시했다. 파리 중심부에 있는 대형 전시장 그랑팔레에서 열린 아트캐피탈엔 프랑스를 비롯, 해외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서양화가 안말금(66·여의도순복음교회) 집사는 지난달 파리 루브르박물관 카루젤전시관에서 3일 동안 초대전을 열었다. ‘2018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우수작가상’ 수상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오병이어’ ‘아담과 이브’ ‘황금면류관’ 등 기독교 작품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그림들을 전시했다.
서양화가 구숙현(60·서초호민교회) 목사와 변영혜(59·광림교회) 권사, 도예가 윤석경(69·연동교회) 권사는 오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미국 뉴욕 플러싱타운홀 갤러리에서 ‘God’s Grace(하나님의 은혜)’를 주제로 3인전을 개최한다.
크리스천 작가들의 해외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선교단체나 교회들과 연합해 해외 선교지에서 전시회를 열고 그림을 가르치면서 복음을 전해온 지금까지의 선교활동과 달리 개인적인 활동을 통해 작가로서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상업적이고 일반적인 작품들을 보면서 그들은 기독교 미술에 대한 의지도 더욱 확고히 한다.
신 집사는 2009∼20017년 태국을 7번이나 갔다 왔다. 문화사역연합팀인 아트코리아와 함께 그림전을 열고 한 국립대에선 교수, 학생들과 워크숍도 가졌다. 태국 외에도 우즈베키스탄 영국 라오스 등에도 방문했다. “선교활동에 힘쓰다 보니 개인적인 작업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나더라고요. 그래도 명색이 제가 작가인데 말이죠. ‘이 활동을 계속해야 하느냐’고 하나님께 따지듯 기도했습니다. 이런 응답을 주시는 것 같았어요. ‘네 작업을 통해 복음을 말하지 않느냐.’ 저는 그냥 작가가 아니라 크리스천 작가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한지로 작업해 만든 아기천사(엔젤)들은 파리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신 집사는 분명히 메시지를 전했다. “하나님 안에서 우린 한 형제요 자매임을 알리기 위해 흑인 동양인 백인으로 된 엔젤 시리즈를 내놓고 있습니다. 종교나 피부색 등으로 서로 분열하고 갈등하지만 결국 하나님 안에서 우린 한 가족입니다.”
안 집사는 성화작가로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9년 전 우울증으로 큰 고통을 받았는데, 그때 예수님의 뜨거운 임재와 십자가 사랑이 있었기에 회복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예수님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 성화를 그립니다. 그런데 작품을 접한 이들이 되레 궁금하다며 물어요. 왜 그렇게 간절하게 예수님을 흠모하고 표현하는지를요. 자연스레 주님을 전합니다.”
뉴욕 플러싱에서 열리는 3인전은 불교미술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힘겹게 마련된 초대전이다. 이들 전시가 열리는 플러싱타운홀 갤러리는 한인타운과 차이나타운 중간에 위치해 있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인들이 한인타운 쪽으로 점점 밀고 들어오면서 플러싱타운홀 갤러리를 비롯한 이 지역에 중국작가들 작품이나 불교미술품이 자주 전시됐다. 한인교회와 한인사회에 기독교 미술을 알리고 기독문화의 확산을 위해 성기범 금실 회장이 작가들을 초청했다.
윤 권사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미술과 조형 중에는 혐오스러워 더는 볼 수 없는 작품도 많다”며 “이들 작품을 예술이라 말할 수는 있지만 우리 인간에게 진정한 위로와 소통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선한 예술이 선교이고 주님이 원하시는 창작이 곧 선교”라며 “결국 우리가 함께하는 3인전은 전시라기보단 선교”라고 했다.
구 목사는 기독교 미술이 현대 사회에서 왜 필요한지를 언급했다. 그가 서초호민교회 안에 갤러리를 오픈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림을 매개로 한 복음적인 접근은 바쁜 일상을 사느라 여유 없이 질주하는 현대인들의 속도감 있는 삶에 잠시라도 쉼을 줍니다. 바라봄의 시선이 편안해졌을 때 복음전파 사역도 용이하지요.”
미술선교가 중요한 것은 복음을 직접적으로 전할 수 없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선교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작품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영적인 터치를 느낄 수 있다. 크리스천 작가로서 작업을 멈출 수 없는 분명한 이유이다.
변 권사는 “미술은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시각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들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며 “세상의 악한 미술문화들을 선한 미술로 정화시켜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구현해내는 사명이 우리 크리스천 작가들에게 있다”고 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선한 예술이 곧 선교… 영적 감동으로 복음 전한다
입력 2018-06-08 00:00 수정 2018-06-08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