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장녀·아들이 한날 심판대에… 한진家 ‘운명의 날’

입력 2018-06-04 18:25 수정 2018-06-04 23:44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밀수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인천시 중구 인천본부 세관에 출석하는 모습. 최현규 기자, 인천=권현구 기자

밀수 조현아 관세청서 조사… 조원태 부정입학 현장조사
폭행 이명희는 영장 기각돼… 법원 “법리 다툼 여지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과 비리 의혹 수사가 4일 전방위로 진행됐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해외에서 구매한 개인 물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로 몰래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관세청은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통해 밀수를 저질렀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관세청이 밀수·탈세 혐의를 받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직접 소환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세청은 지난달 21일 경기도 고양의 대한항공 협력업체와 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밀수품으로 의심되는 2.5t 분량의 물품을 발견했다. 압수 당시 일부 상자의 겉면에는 조 전 부사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진 ‘DDA’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교육부는 인천 남구 인하대에 조사단을 파견해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43) 대한항공 사장의 부정 편입학 의혹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조 사장의 1998년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뿐 아니라 이 학교의 편입학 운영실태 전반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당시 부정 편입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를 조사했던 교육부의 판단과 처분이 적절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교육부는 1998년 조사 때 인하대 재단에 편입학 업무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면서도 조 사장의 편입 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인하대 관계자는 “당시 외국대학과 국내대학은 학점 체계가 달라 외국대학 학점 이수자의 경우 대학 심의위원회를 거쳐 학년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자 폭행 혐의 등으로 이날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후 늦게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 관계 및 법리에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운전기사와 협력업체 직원 등 11명에게 24차례에 걸쳐 폭언·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