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 배경 기념사진 촬영… 조명록 방미 때보다 의전 격상
양복 김영철, 떠날 땐 인민복… 베이징 경유 4일 평양 귀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년 만에 찾아온 북한 최고지도자의 특사를 파격적으로 대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무려 80분 동안 면담했다. 백악관을 떠나는 김 부위원장을 문밖까지 나가 배웅하며 어깨를 두드리는 등 친근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별도의 입국 수속 없이 뉴욕에 입성했던 김 부위원장은 워싱턴DC에서도 특별대우를 받았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일 오후 검은색 쉐보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백악관 집무동에 도착했다. 그를 문 앞에서 영접한 사람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켈리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아 백악관 남쪽 마당인 ‘사우스론’을 거쳐 미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로 안내됐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도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북한이 최근 거칠게 비난한 강경파 인사들은 배석자 명단에서 뺐다. 김 부위원장을 배려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을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는 김 부위원장을 집무동 바깥까지 나와 환송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작별인사차 악수를 하며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미 양측 인사들은 백악관 잔디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미국 방문을 마친 김 부위원장은 3일 오후 8시쯤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는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하루 머문 뒤 4일 고려항공을 이용해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받은 의전은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였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방미 때보다도 한층 격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조 제1부위원장이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과 만난 시간은 45분에 불과했다. 조 제1부위원장을 입구에서 영접한 인사도 차관급인 웬디 셔먼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이었다.
김 부위원장과 조 제1부위원장은 옷차림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조 제1부위원장은 양복 차림으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백악관으로 출발하기 직전 군복으로 서둘러 갈아입었다. 이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과의 면담이 10분 정도 늦춰지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조 제1부위원장은 차수 계급으로서 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당시 조 제1부위원장이 북·미 관계의 상징성을 고려해 군복을 고집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이에 반해 김 부위원장은 양복을 입고 백악관을 찾았다. 미국에서 떠날 때는 인민복 차림이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까지 대장 계급으로 정찰총국장을 지냈으나 지금도 군 직책을 겸직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민복을 입은 김 부위원장의 옷차림을 두고 군부가 아닌 노동당 주도의 국가운영체제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성은 장지영 기자 jse130801@kmib.co.kr
트럼프, 김영철 80분 면담·직접 배웅 ‘파격 대접’
입력 2018-06-03 18:25 수정 2018-06-03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