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빚내서 자본금 확충 작년 5배 ↑… 이자 ‘부담’ 우려

입력 2018-06-04 05:05

지난해 보험회사들이 빚을 내 자본을 쌓은 규모가 2016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보험사들이 중장기적인 이자 부담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손해보험회사들은 총 3조4200억원 규모(후순위채 1조6850억원, 신종자본증권 1조735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전년도 채권 발행 규모(6650억원)의 약 5.1배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2021년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을 앞두고 자본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IFRS 17은 보험 부채(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줘야 할 보험금)를 원가(계약 시점 기준)가 아닌 시가(매 결산 시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기준)로 평가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부채 규모가 큰 폭 상승하게 된다. 이에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도 크다. 보험사들이 동시에 채권 발행에 나서면 조달 금리가 오를 위험이 있다. KDB생명이 올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7.14%에 달했다. 보험개발원은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들이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등 자본 확충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빚내기 행진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해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거나 이미 발행한 보험사 8곳의 채권 발행 규모는 최대 4조원에 달한다. 신한생명은 이달 중 후순위채를 2000억원, 교보생명은 다음 달 중 신종자본증권을 1조700억원 발행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내부 유보금이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하라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기업이 가입하는 보험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규 재보험사를 적극 인가해주기로 했다. 코리안리가 장기간 독과점해 온 국내 재보험시장에 경쟁이 촉진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경쟁에 따른 보험료 인하 혜택이 기업에 환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