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기적’ 김명민…1인3역 절묘하게 표현 ‘연기 본좌’
‘슈츠’ 장동건…잘나가는 변호사역 기막히게 열연
‘기름진 멜로’ 장혁…허당끼 넘치는 캐릭터도 척척 소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에 나이가 들면서 깊이 있는 매력까지 장착한 40대 남성 배우들이 지상파 드라마를 장악했다. 지난달 29일 종영한 ‘우리가 만난 기적’(KBS)의 김명민(46), ‘슈츠’(KBS)의 장동건(46), ‘기름진 멜로’의 장혁(42)이 주인공이다.
오랫동안 ‘연기 본좌’라는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는 김명민은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연기력을 입증했다. 차갑고 계산적인 송현철A, 따뜻하고 유쾌한 송현철B, 송현철A와 B가 뒤섞인 송현철C까지,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인격을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배우 고창석의 영혼인 송현철B를 연기할 때는 걸음걸이 몸짓 표정까지 고창석을 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 있는 그녀’(이상 JTBC)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백미경 작가의 지상파 진출작으로 큰 기대를 모았었다. 마지막 방송 시청률이 13.1%(닐슨코리아 제공)로 월화드라마 1위를 지키며 끝냈다. 그러나 전작에 비해 참신함과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 김명민의 몰입도 높은 1인3역 연기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 성적은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장동건은 ‘슈츠’에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배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장동건이 연기하는 최강석은 국내 최고 로펌에서 가장 잘나가는 변호사다. 논리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언변에 압도적인 수트 핏까지 갖춘 그는 탁월한 전략에 승부사 기질을 겸비한 매력적인 캐릭터다. 장동건은 제작발표회에서 “최강석과 싱크로율 100%”라고 했는데, 드라마가 방송되면서 그의 말이 100%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슈츠’는 최강석이 변호사 자격은 없지만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고연우(박형식)를 조수로 들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드라마다. 박형식과 나란히 걷거나 마주 보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열일곱 살의 나이 차가 장동건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고 있다.
장혁은 2014년 ‘운명처럼 널 사랑해’(MBC) 이후 4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돈꽃’(MBC) ‘보이스’(OCN) ‘장사의 신-객주’(KBS) 등 사극과 장르물에서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해 왔다. 하지만 ‘기름진 멜로’에서는 허당끼 다분한 순정남 두칠성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려원(단새우 역)을 사이에 두고 14세 어린 준호(서풍 역)와 삼각관계로 얽혀 있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장혁은 “‘돈꽃’에서 맡았던 냉정하고 밀도 높은 캐릭터와는 반대의 느낌이 드는 역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힘을 뺀 캐릭터 또한 착 감기듯 소화해내 장혁의 연기 내공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연기력+깊은 매력… 지상파 점령한 ‘아저씨 배우들’
입력 2018-06-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