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율 11.6% 그쳐… 직접고용 30 對 자회사 편입 70
채용안 정규직 노조 반발… 노·노 갈등도 변수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인 지난해 5월 12일 첫 현장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달성을 공언했다. 이에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올해 안에 비정규직 1만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화답했다. 1년여 지난 지금,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 정규직 전환율은 11.6%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비정규직 9785명 중 1143명이 임시 자회사인 인천공항운영관리㈜ 직원으로 전환 채용됐을 뿐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8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노동자·사용자·전문가) 협의를 시작했다. 노사는 같은 해 12월 본사 직접고용을 3000명 선으로 최소화하고 자회사 설립을 통해 7000명을 고용한다는 큰 틀에 합의했다. 올해 2월부터는 2기 노·사·전 협의기구가 구성돼 자회사 운영 및 임금·복지 등 처우와 근무형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인천공항 측은 “용역계약 만료시점에 따라 올해 말까지 25개 용역업체 2745명을 정규직화하고 내년 말까지 3500여명, 2020년 6월 말까지 9785명 전원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순차 전환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의 핵심 쟁점은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력을 인정할지 여부다. 공사 측은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비정규직 노조는 ‘저임금 노동을 고착화하는 무늬만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있다’며 기존 경력 인정을 주장하고 있다.
협상 진척이 더딘 가운데 한국노총 소속 공공노련, 연합노련 등 인천공항 비정규직 6개 노조는 최근 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렸다. 다음 달까지 통합을 완료하고 처우 개선 및 정규직 전환 등에 한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이다.
노노(勞勞) 갈등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30(직접고용) 대 70(자회사)’ 채용안에 동의하지 않는 정규직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치열한 채용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입사한 만큼 비정규직 역시 공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형평성 측면에서 비정규직 인원에 가점을 부여하되 공채를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물밑에서는 정규직 1000여명, 비정규직 1200여명이 소속된 한국노총과 비정규직 4000명이 소속된 민주노총 간 신경전 기류도 감지된다. 직접고용과 자회사 편입 등으로 공사 내 수적 우위에 변동이 생길 경우 임단협 교섭에 나서는 대표 노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년] 비정규직 제로 선언 1호 인천공항 실험 ‘현재진행형’
입력 2018-06-01 05:04 수정 2018-06-01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