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강기훈 항소심… 손배 11억으로 늘어

입력 2018-05-31 19:09
‘유서대필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씨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금이 항소심에서 11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홍승면)는 31일 강씨와 그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씨에게 8억원, 아내와 부모에게 각각 1억원씩 지급토록 했다.

강씨는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에서 간부로 활동하며 후배 김기설씨의 분신자살을 방조하고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 등으로 징역 3년의 형이 확정돼 복역한 뒤 만기 출소했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해 2015년 2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가와 당시 수사검사들 및 필적 감정인 김모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에선 국가와 감정인 김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8억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폭언과 강압수사 등 수사검사들의 불법행위는 인정됐지만 소멸시효가 완성돼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항소심에선 감정인 김씨에 대해서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강씨가 27세의 나이에 수감돼 주위의 지탄을 받는 등 장기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국민소득 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을 고려했다”고 손해배상금 증액 이유를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