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사건’ 손정목씨도 무죄 강용주씨 이어 올해만 두 번째
재판부 “의심의 여지 없어야” 檢, 항소 여부 신중히 검토
일심회(一心會)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던 손정목(54)씨가 최근 보안관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지난 2월 보안관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56)씨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법원의 연이은 무죄 판결로 보안관찰처분의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관할 경찰서에 신상정보와 활동 내역 등을 3년 8개월(2012년 11월∼2016년 7월) 동안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던 손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그는 재미교포와 민주노동당 일부 인사가 2006년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남한 동향을 전달한 일심회 사건으로 기소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10년 10월 출소했다.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는 관할 경찰서에 등록기준지 주거 등의 신상정보와 함께 3개월마다 활동내역, 다른 보안관찰처분 대상자와의 만남 등에 대해 신고해야 한다. 2년마다 재범 가능성에 따라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은 손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신고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법원이 보안관찰처분이 적법해야 신고의무 위반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증거로는 손씨가 “국보법과 보안관찰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 일심회 조직원들과 수시로 만난 점, 보안관찰법 폐지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점 등을 들었다. 재범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손씨가 받은 보안관찰처분과 2회의 갱신 결정은 적법하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보안관찰처분과 기간 갱신 결정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재범 위험성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돼야 한다”며 검찰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어 “재범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 대한 보안관찰처분은 위법이며 이 경우 신고의무를 어겨도 처벌할 수 없다”고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 같은 법리는 앞서 무죄판결을 받은 강씨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재판부는 이 기준에 따라 “피고인의 국보법·보안관찰법 폐지 주장과 기자회견문 낭독을 기본적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심회 조직원 등과 수시로 접촉한 점에 대해서는 “일상적 사회생활 이상이었다거나 구체적인 범죄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공소사실에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31일 “국보법 관련 사안이라 항소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무죄선고가 확정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단독] 보안관찰법 위반 잇단 무죄 판결… 실효성 있나
입력 2018-05-31 18:54 수정 2018-05-31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