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해 배우는 부모, 소통·공감 이끌 수 있죠”

입력 2018-06-01 05:03

“학교 가지 않으려 하는 아이 윽박지르는 건 해법 될 수 없어 이유 파악해야 문제 해결 가능
부모가 아이 발달상 이유 알면 체벌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아”


‘체벌 없는 훈육’이 논의될 때마다 뒤따르는 질문이 있다. 체벌을 하지 않고 아이의 나쁜 습관, 무례한 행동을 고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의 조안 듀란트(사진) 박사는 31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긍정적 훈육 프로그램에 그 답을 담았다”고 했다. 그는 “살면서 ‘긍정적 훈육’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한 부모들은 아이를 때려서 가르치거나 아무것도 안하는 것 말곤 선택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듀란트 박사는 아동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다. 2006년 유엔에서 아동폭력 보고서를 발간한 뒤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은 듀란트 박사에게 대안적 훈육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많은 아이들이 훈육이란 이름으로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긍정적 훈육 프로그램의 핵심은 아동발달에 대한 부모의 지식을 점진적으로 넓히는 데 있다.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듀란트 박사는 “많은 체벌과 폭력이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잘못 이해했을 때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이가 하는 행동의 발달상 이유(developmental reasons)를 이해할 수 있다면 부모들도 체벌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와의 갈등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만능 대처법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격이나 성장 속도는 모두 제각각이다. 듀란트 박사는 가장 건설적인 대응 방법은 아이의 이해정도, 기질, 행동의 이유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긍정적 훈육 프로그램에 따르면 이 갈등의 해결법은 아이를 윽박질러 학교에 보내는 게 아니라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던가, 선생님이 무섭다던가. 어떤 상황에 대한 유일한 대처법이 만들어질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유를 알아낼 때까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듀란트 박사는 2009년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20주년을 맞아 학교 체벌의 대안을 찾기 위해 듀란트 박사를 초청해 워크숍을 열었다. 9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여전히 ‘체벌 완전 금지 국가’가 되지 못했다. 듀란트 박사는 “체벌과 관련된 사회적인 변화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도 “체벌이 아이들의 공격성을 키우고, 지능 발달을 늦춘다는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긍정적 훈육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다. “부모와 아이는 모두 학습자(learner)”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만 부모에게 배우는 게 아니라 부모도 아이에 대해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듀란트 박사는 부모들에게 “아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고 친절과 공감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그건 우리가 아이들에게 그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