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학생들이 최고지도자와의 만남에서 자국 상황에 대한 혹독한 비판과 민주화 요구를 쏟아냈다고 중동 전문매체 알모니터 등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슬람 시아파 신정주의 국가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신 다음으로 높은 인물로 그에게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전날 대학생들을 초청해 연설 및 의견청취 시간을 가졌다. 라마단(이슬람 성월)을 맞아 연례행사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여학생 사하르 메흐라비는 이란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열거한 뒤 하메네이에게 의견을 물었다.
메흐라비는 준비한 원고를 통해 사회계층 내 심화된 구조적 불평등, 대중의 신뢰 하락, 환경 위기 고조와 빈민촌 증가, 높은 실업률 등을 지적했다. 국가기관이 이란인들의 기본권을 상습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며 정치체제의 개혁과 민주화도 요구했다. 다른 학생들은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로 자국이 맞게 될 경제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메네이는 “우리 상황이 매우 나쁘다고 말하는 젊은이들의 기분을 이해하지만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는 “현 상황을 비판하는 젊은이 여러분 손에 달린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며 “혁명적이고 헌신적인 젊은이들을 정부기구에 투입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사회를 성숙시키려면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다”며 비판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었을 때에도 평화적 시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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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란 여대생의 용기… 하메네이 면전서 ‘비판’ 쏟아내
입력 2018-05-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