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물가·생필품값 줄줄이 올라… 최저임금 인상 ‘무색’

입력 2018-05-29 05:03

“안 오르는 게 없네요. 외식은 안 해도 되지만 아이들 학습지는 끊을 수도 없고….”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 자매를 키우는 전업주부 김현주(40)씨는 28일 다음 달 1일부터 학습지 회비가 오른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난감해했다. 김씨는 “관람료가 올라 유일한 여가생활이던 영화 감상도 끊었다”면서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지표 물가와는 달리 다소비 공산품, 생필품, 목욕비 등 생활밀착형 물가가 최근 잇따라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학습지 가격 인상은 폭은 작아도 서민 가정에는 타격이 크다. 구몬은 6월부터 국어 영어 수학의 월 회비를 과목당 3만3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6% 인상하기로 했다.

생필품도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 깨끗한나라는 6월부터 각티슈 가격을 1800원에서 1900원으로, 롤티슈(30개들이)는 1만3000원에서 1만3900원으로 각각 5.6%, 6.9% 인상한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 가격도 오른다. 크라운제과는 6월 생산분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상한다. 국희샌드는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17.8%(13.6∼20.0%) 올린다. 뽀또는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중량을 줄여(368g→322g) g당 가격이 14.3%나 오른다.

국민 간식 치킨값은 벌써 올랐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치킨은 이달부터 전국 가맹점에서 배달서비스료를 건당 2000원씩 받고 있다. 교촌치킨 인기 메뉴인 ‘허니콤보’ 1마리값은 1만8000원인데 배달료 2000원을 더하면 2만원이다. 가격이 10%나 인상된 셈이다.

영화관람비 등 서민들이 소소하게 즐기는 문화생활비도 인상 물결에 합류했다. 지난달부터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영화관람료를 1000원씩 인상했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외식 메뉴와 가공식품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최대 10% 가까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냉면 가격은 그릇당 평균 8692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7923원)보다 9.7%(769원) 올랐다. 삼겹살 가격도 200g당 1만6387원으로 지난해보다 5.4%(843원) 비싸졌다. 삼계탕(3.6%), 김치찌개 백반(2.6%), 김밥(1.8%), 칼국수(0.6%)도 올랐다. 지난달 콜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9%나 인상됐다. 즉석밥(8.1%) 설탕(6.8%) 어묵(5.8%) 등 가격도 크게 올랐다.

서민들이 자주 찾는 서비스 비용도 껑충 뛰었다. 서울시 물가정보에 따르면 목욕비의 경우 중구 기준으로 지난해 4월 평균 6250원에서 올해 4월 7000원으로 12%나 올랐고 커트 이용료는 은평구 기준으로 같은 기간 7833원에서 8600원으로 9.8% 올랐다.

생활밀착형 물가가 잇따라 오르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나 인상돼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임대료 상승까지 맞물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