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비핵화 검증범위 제시하자… 金, 체제보장·경제지원·평화협정 요구”

입력 2018-05-24 18:59 수정 2018-05-24 22:15
사진=뉴시스

“서로 솔직히 원하는 바 밝혀… 金, 美의 비핵화 요구 이해”
“협상은 트럼프, 준비는 내가”… 볼턴 영향력 축소도 시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 최근 두 차례 방북을 통해 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진짜 비핵화가 이뤄졌다고 미국이 이해할 수 있도록 검증 범위를 분명하게 제시했고, 김 위원장은 반대급부로 미국의 경제적 지원과 체제 안전, 평화협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서로 미국의 요구와 북한이 원하는 걸 얘기했다”며 “아직 합의점을 찾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김 위원장은 경제 성장과 주민 복지를 위해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 “우리는 김 위원장이 전략적 변화를 결단할 준비가 돼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이해했다고 폼페이오 장관은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목표가 달성됐을 때 반대급부로 미국의 경제 지원과 체제 안전 등을 요구했다. 경제적 지원은 민간기업 투자와 지식, 노하우, 기부, 원조 등의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체제 안전은 국제사회의 보장이 있어야 하며,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북 대결 상태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경제 지원은 북한 정권의 다짐이나 말이 아니라 비핵화의 불가역적 행동이 이뤄졌을 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일본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솔직히 러시아도 그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비핵화 대상은 미 본토를 위협하는 미사일 프로그램, 엔진과 이동식 발사대, 핵 물질, 관련 엔지니어링과 연구·개발(R&D) 등을 망라한다고 폼페이오 장관은 밝혔다. 다만 ‘민수용 핵 프로그램도 비핵화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핵 농축 능력을 갖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분명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모델은 ‘신속하고 전면적이며 완전한’ 비핵화”라면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한 리비아 모델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핵화 검증에 대해선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고 미국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전문성을 가진 파트너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과는) 다른 세대 출신”이라며 “그에게 ‘우리가 북한 주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고 설득하면서 북·미가 서로 신뢰를 형성하면 전 세계가 간절히 원하는 비핵화를 달성할 진정한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까지 북한에 양보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정상회담이 열리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런 문제들을 상세히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협상준비팀은 내가 이끈다”고 말해 볼턴 보좌관의 영향력이 축소됐음을 시사했다. 협상준비팀은 국무부와 국방부, 에너지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별로 많은 팀이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과 관련해 CNN방송은 미 정부 고위 인사를 인용해 “미국은 6월 12일 정상회담 전에 북한과 고위급(high-level) 회담을 추가로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