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수사·재판 방해’ 남재준 실형

입력 2018-05-23 19:01 수정 2018-05-23 23:23

법원, 1심 3년6개월형 선고… 서천호는 징역 2년6개월
“원세훈 변호인단처럼 피고인들이 행동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간부와 파견검사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단처럼 행동했다”며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노골적으로 기망하고 우롱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3일 위계공무집행방해, 위증교사,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사진)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3년6개월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2년6개월, 고일현 전 종합분석국장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15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과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은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국정원 감찰실장을 지낸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법률보좌관실에서 근무한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3년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기 위해 ‘현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설치하는 한편 수사·재판 과정에서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과 증언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우선 원 전 원장 시절의 댓글 사건을 권력기관으로서 광범위한 조직과 예산을 가진 국정원이 헌법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조직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와 헌법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범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공정한 태도로 수사와 재판에 협조했다면 국정원이 과오를 성찰하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정원 기능 축소 등 불이익 가능성과 새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조직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수사와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방해하는 범죄는 형사사법의 기본이념과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실제로 상명하복의 국정원 직원을 동원해 수사와 재판에 악영향을 미친 만큼 비난의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