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론 내려라

입력 2018-05-23 05:01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1일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논의했지만 또 결렬됐다. 여야는 정기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여야는 24일 다시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이달 안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노동계 반발이 변수다. 정의당 이정미 간사는 노동계와 경총 주장대로 국회에서 논의하지 말고 최저임금위원회로 다시 공을 넘기자고 하는데 너무 한가한 소리다. 최저임금위는 지난해 9월부터 수개월째 이 문제를 논의하고도 결론 내리지 못한 채 지난 3월 국회로 공을 넘겼다. 이를 되풀이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더 이상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놓고 핑퐁 게임할 때가 아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지난 3월 실업률이 4.5%로 17년 만에 최고로 치솟고 2∼4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3개월 연속 10만명대 쇼크다. 최저임금 인상이 음식·숙박업 분야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게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장의 아우성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가 지난 17일 출범해 논의에 들어갔다. 7월 중순까지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

기업이 매달 1회 이상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이나 현금성 숙식비는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게 옳다. 최저임금 전문가 태스크포스(TF)마저 최소한 매달 주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넣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노총이 이를 수용하고 여야 원내 대표가 정기 상여금과 현금성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넣기로 잠정 합의한 것도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높게 책정한 주요 선진국들도 상여금과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위로 이 문제를 다시 넘기자고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친노동 성향의 공익위원들이 새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에 대거 포진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도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민주노총은 소위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후 회의 진행을 막기 위해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하는가 하면 산입범위를 확대하면 낙선운동에 나서겠다고 국회의원들을 겁박했다. 22일에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 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억지를 부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회는 노동계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말처럼 이제는 국회가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이나 악화되고 있는 고용 현실을 모른 척하는 것은 책임 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