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현대차 단기차익? 미래가치?… 지배구조 금주 판가름

입력 2018-05-21 05:01

현대모비스 주총 29일 개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관련 현대모비스 주가가 큰 변수
“국민연금 운용 성격 고려 때 차익 실현에 중점둬선 안돼”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이번 주에 찬반 논의를 시작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분수령이 될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단기 차익이냐 장기 투자냐의 갈림길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산하 투자위원회는 지난 18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찬반 의사권을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위임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장이 공석인 데다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건으로 비판받은 전례가 있어 자체 결정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2일 열릴 예정인 전문위에서 반대 결정이 내려지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현 지분구조상 현대차 계열이 30.3%, 외국인투자자가 47.77%로 외국인 비율이 다소 높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이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이 잇따라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찬성표를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9.8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결정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유력 의결권 자문사인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자문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모두 지난주 반대표를 권고했다. 자문사 의견이 구속력은 없지만 통상 의결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섣불리 찬성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현대모비스 측에 되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23만3429원으로 설정했다. 현대모비스는 청구권 금액으로 지분 9%를 흡수할 수 있는 2조원가량의 예산을 비축해 놓고 있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주총 전날인 28일까지 청구권 행사 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합병안에 반대표가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자산운용사들로선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되팔아 단기 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모비스 주가가 단기 차익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현대모비스 주가는 23만9000원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진정성, 배당 등 주주 친화적 환원책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장기적 안목으로 국민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운용 성격을 고려해볼 때 지나치게 단기 이익 실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회사 가치가 증대되고, 중장기적 경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