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도 자기가 낳고 자란 곳을 떠난 한인 디아스포라입니다. 앞으로 통일을 바라볼 때 이들은 남과 북을 연결해줄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지요.”
탈북민을 장차 북한에 복음을 전할 디아스포라 선교사로서 바라보는 시선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국면에서 주목을 끈다. 이처럼 야심찬 꿈을 가진 기독교선교횃불재단 이형자 이사장(74)을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이사장은 181개국 750만 한인디아스포라들을 도와 현지 선교사로 세우는 사역을 하고 있다. 올해 제6회 횃불한민족디아스포라세계선교대회는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분당 할렐루야교회에서 2000여명의 디아스포라가 참가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디아스포라들을 위한 성지순례 코스도 마련했다.
-올해 선교대회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올해 대회는 중국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 미주 일본 등지의 디아스포라 2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탈북민 200∼3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규모 탈북민을 초청하기는 처음이다.”
-한반도 평화가 무르익는 가운데 탈북민의 참여가 눈에 띄는데.
“하나님께서는 탈북민들도 자기가 낳고 자란 곳을 떠난 디아스포라라는 말씀을 주셨다. 국내엔 약 3만2000명의 탈북민들이 있다. 최근 탈북민들이 중심이 된 통일소원기도회에 1700명이 모였다고 한다. 이들의 기도가 우리나라의 복음통일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당초 예상 못하고 탈북민 초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불과 몇 달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걸 보니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나님의 섭리 같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하나님께서는 한민족에게 특별한 계획을 갖고 계시다고 믿는다. 130여 년 전에 보잘것없는 이 나라에 당시 서구의 최고 엘리트들을 선교사로 보내주셨다. 이들이 이 나라에 복음 뿐 아니라 한국 근대화에 큰 역할을 하도록 하셨다. 이즈음 많은 동포들은 조국을 떠나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멕시코 등으로 이민을 갔다. 지금은 전세계 181개국에 750만명이 된다. 한 나라를 이룰 수 있는 규모다. 디아스포라 대회는 흩어져 있는 이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아 복음으로 하나 되고 연합하도록 하는 장이다. 남과 북 사이에 평화 무드가 고조되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만들어지는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오직 복음으로 하나 될 때 이 땅에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하리라 믿는다. 통일 대한민국은 남과 북 만의 연합을 넘어 전 세계에 흩어진 디아스포라들과도 하나됨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통일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이번 대회는 통일 대한민국의 축소판이자 시험장이라 할 수 있다.”
-2박3일 성지순례 코스도 마련한 특별한 이유는.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아들인 이후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 만큼 급속도로 부흥해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면에서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성장했다. 이런 놀라운 부흥 뒤에는 울며 복음의 씨를 뿌린 선교사들과 우리의 신앙 선배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것을 자주 잊고 산다. 그래서 성지순례를 준비했다. 디아스포라들이 이름도 생소한 낯선 땅, 조선을 위해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한 알의 밀알처럼 죽음을 각오하고 복음을 전해주신 선교사들과 순교의 길을 걸어간 신앙 선배들을 깊이 알고 자신이 낳고 자란 곳에 선교사로 살기로 결단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매년 대규모 인원을 초청해 디아스포라 선교에 헌신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횃불재단을 통해 오랫동안 미전도종족에게 복음을 전해왔다. 그런데 2009년 어느 날 기도할 때 갑자기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미전도종족 전도도 좋지만 너희 민족을 좀 사랑하라는 말씀이셨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랑하라는 말씀이었나.
“제게 다음 세 가지 명령을 주셨다. 첫째 국내 연고지가 없는 해외동포들을 데려다 자매결연 맺고 위로하라. 둘째 선교지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그 나라 언어에 능통하고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에도 익숙하니 태어난 그 곳의 선교사로 키워라. 셋째 이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워주고 자긍심을 심어줘 자기 민족을 사랑하고 사명감을 갖도록 하라.”
-그동안 다섯 번의 선교대회 성과를 자평한다면.
“처음 하나님께서 디아스포라들을 섬기라고 말씀하셨을 때 이런 일은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다섯 번을 하게 하셨는데 모두 하나님의 은혜다. 2011년 처음 개최한 이래 매회 2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잠실체육관에서 집회를 했던 2011년과 2014년에는 연인원 2만여 명이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개최했다. 지난 다섯 번의 선교대회를 통해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디아스포라들을 통한 선교 가능성에 대해 눈을 떴다고 생각한다. 디아스포라들을 선교 대상이라고 생각하던 것에서 선교사 자원으로 보게 된 것에도 보람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낳고 자란 곳의 선교사로 살기로 헌신한 디아스포라 선교 헌신자 1846명을 배출한 것이 가장 큰 성과이다.”
-요즘 기도제목이 있다면 무엇인지.
“750만 한인디아스포라 가운데 한국 땅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 대략 100만명이다. 한국교회가 이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품어주었으면 좋겠다. 이들을 선교사로 세우고자 매년 이 대회를 하는데 저희 재단만의 힘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더 많은 교회와 성도님들이 관심을 갖고 기도해주길 바란다.”
정재호 선임기자 jaehojeong@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그래픽=이영은 기자
“탈북민도 디아스포라… 南과 北 연결해줄 소중한 자산”
입력 2018-05-20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