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체 책임지는 야전 사령관… 홀로 반대 방향 바라보면서 수비
타고투저 시대 ‘공격형’ 포수 인기… 양의지·이재원·유강남 가치 증가
“왜 우리 팀 투수들이 대단해 보일까요? 포수가 요기 베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프로야구(MLB) 월드 시리즈 7회 우승에 빛나는 명감독 케이시 스텡겔은 팀 승리의 공을 자주 포수에게 돌렸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20승 투수보다 좋은 포수를 택하겠다”고도 했다. 홀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수비하는 포수는 그라운드의 사령관에 비유된다. 강인한 체력은 물론, 상대 선수의 버릇과 데이터를 머릿속에 넣어 두는 야구지능이 필요하다.
팀마다 40경기 남짓을 치른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에서는 포수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다. 선전하는 팀은 포수가 강력하고 힘을 못 쓰는 팀은 포수도 주춤한 모습이다. 완연한 타고투저 리그로 접어들며 ‘공격형 포수’에 대한 갈증도 심해진다.
‘2강’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는 그런 측면에서 최고의 공격형 포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는 올 시즌 가장 가치 있는 타자로 SK의 제이미 로맥이나 LG 트윈스의 김현수가 아닌 두산 양의지를 꼽는다. 양의지는 17일까지 0.403의 타율로 리그 수위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리그 출루율 1위도 양의지다.
역대 2번째 ‘100타점 포수’인 SK 이재원도 0.341의 고감도 타율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 타율이 0.242로 주춤한 뒤 자존심 회복을 위해 이를 갈았다. 꾸준한 출루로 팀에 보탬이 되고, 투수들로부터는 “이재원의 리드대로 던졌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는 동기부여 효과는 양의지, 이재원의 공통점이다.
젊은 포수들 가운데서는 류중일 LG 감독이 “한국 최고의 포수가 돼야 한다”며 독려하는 LG 유강남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팀내 최다 홈런(17개)을 때리며 장타력을 뽐냈는데, 올해에도 8개의 홈런으로 거포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은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멀티 히트로 팀의 8대 5 승리에 기여했다. 수비 경험만 좀더 쌓으면 김동수, 조인성을 잇는 LG의 대형포수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탈꼴찌 싸움을 벌이는 삼성과 NC 다이노스는 포수 고민이 깊다.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삼성에 새 둥지를 튼 강민호는 개인통산 평균치에 못 미치는 타율·장타율로 힘든 시즌 초반을 보냈다. 이날 3점 홈런을 치는 등 이달 들어 방망이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는 점은 고무적이다.
포수 시름이 가장 깊은 팀은 역설적으로 명포수 출신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다. 지난해까지 안방을 지킨 김태군이 입대한 뒤 기회를 얻은 정범모와 신진호는 절박한 마음과 달리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공격력이 문제가 아니라 포구 실수가 잦다. 폭투와 포일이 가장 많은 팀이 바로 NC다. 육성선수 출신 포수인 윤수강의 성장세가 위안거리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17일 프로야구 전적>
△LG 8-5 삼성 △KT 3-5 한화 △KIA 2-8 넥센 △롯데 7-0 NC
※SK-두산 경기는 우천 취소
포수 따라 울고 웃고… 승부는 역시 안방서 갈린다
입력 2018-05-1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