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지도자 1536명이 대상
일반 선수·학부모는 표본조사
대한체육회가 스포츠 전 종목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수·지도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일반 등록선수들도 중·고교생 청소년, 여성 선수를 중심으로 인권침해 여부를 폭넓게 살필 예정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체육계에서도 성폭력 사태가 연이어 고발됨에 따른 조치다.
대한체육회는 ‘2018년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라는 연구용역을 제안, 용역기관을 선정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2005년부터 5차례 실시된 실태조사지만 올해에는 조사 범위와 사업예산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과거 6000만원이던 실태조사 용역 사업비는 1억원으로 증액됐다. 국가대표 선수단의 경우 올해 강화훈련 대상인 선수·지도자 1536명에 대한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가 계획되고 있다. 강화훈련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의·과학 지원을 포함해 시행되는 사업이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단 내 잇따른 성폭력 사태 발생에 대한 대응”이라고 연구용역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은 앞으로 성폭력 피해 경험, 인권침해 사례, 인권 관련 인식과 태도를 설문 조사받게 된다. 숙소·훈련장·단체생활 등 훈련 환경과 관련해 면밀히 분석하겠다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구상이다.
국가대표뿐 아니라 일반 선수들도 조사 대상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초·중·고·대학 등 학생 선수들에 지도자, 학부모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대한체육회는 표본에 치우침이 없이 전국 17개 시도 인원을 골고루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조사인원 중 50% 이상은 여성 선수, 60% 이상은 청소년인 중·고교생 선수로 채울 방침이다.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체육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가대표 리듬체조 코치가 협회의 고위 간부에게 장기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대한체육회에서 일하던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동성에게 당한 추행을 폭로하기도 했다. ‘100인의 여성체육인회’는 “성폭력 피해자를 오히려 부끄럽게 여기는 인식 속에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진실들이 묻혀온 것이 사실”이라는 성명을 냈다.
체육회는 공개입찰을 거쳐 연구를 수행할 기관을 선정하고 10월 말까지 최종 결과 보고서를 받을 계획이다. 선수들의 인권을 향상하는 체육 정책 수립, 건전한 훈련 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책 제시가 연구용역의 주된 목적이다. 다만 국가대표 선수단 내 성폭력 비리가 새로 발굴될 경우 원칙에 따라 조치한다는 활용 계획도 마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진천선수촌(국가대표 선수촌)도 개촌했기 때문에 문화 개선 차원에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꼭 누군가를 색출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대한체육회, 모든 종목 국가대표 ‘성폭력’ 전수조사키로
입력 2018-05-16 19:14 수정 2018-05-16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