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로 나섬교회에서는 아주 특별한 예식이 거행된다. 이 교회에서 베트남권 예배를 총괄하는 응우옌 티 투하(34) 전도사의 ‘역(逆)파송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10일 나섬교회 카페에서 만난 응우옌 전도사는 유창한 한국말로 “처음엔 베트남 다낭에서 청년·대학생 사역을 할 계획”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현지 교회도 개척할 것이다. 기회가 되면 한국·베트남 문화 교류 및 발전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섬교회 성도들은 응우옌 전도사의 역파송 예배 후 베트남을 비롯, 공산권 국가 선교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역파송’이란 선교 대상지 국민을 전도하고 파송국가에서 신학교육을 시킨 뒤 출신국가 및 같은 문화권에 파송하는 선교형식을 말한다. 나섬교회 유해근 목사가 1990년대 초 서울 구로동에서 이주민선교를 시작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유 목사는 “응우옌 전도사는 오랫동안 준비되고 훈련된 사람이기에 기대가 된다. 하나님께 크게 쓰임받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베트남 하노이사범대를 나온 응우옌 전도사가 한국에 온 것은 2011년 8월. 숙명여대 대학원 한국어학과에 유학 왔다. 한국어를 배우면 한국계 회사에 취직하고 월급도 많이 받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던 그에게 인생을 바꿀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원래 부모를 따라 절에 다녔어요. 그런데 지인의 인도로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게 됐죠. 갈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 갈 길은 어디이고,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했거든요. 2주 뒤 하나님은 기도응답으로 신학 공부를 할 마음을 주셨습니다. ‘복음의 불모지 베트남, 믿지 않는 고향 사람들을 위해 가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매일 기도했다. 성경을 읽으며 평안이 찾아왔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고 믿으니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불교권 문화와 관습에서 비롯된 관념이 무너졌다.
그는 크리스천으로 거듭났다. 나섬교회의 도움을 받아 서울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목사고시도 통과했다.
베트남의 기독교역사는 올해 107주년일 정도로 깊다. 1911년 미국 장로교 계통(C.M.A.) 로버트 제르리 선교사가 다른 두 선교사와 함께 베트남 다낭에 도착해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복음은 늘 제한적이었다.
불교도가 가장 많은 70%, 가톨릭 신자는 10%를 차지한다. 개신교 인구는 3% 정도다. 베트남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 종교 활동을 금지했던 공산정권은 개방화 정책과 함께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각 종교단체는 공산당 정책에 협력해야만 한다. 외국인은 베트남인을 대상으로 포교행위를 할 수 없으며 발각될 경우 추방, 벌금 등의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응우옌 전도사는 “종교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베트남에 이렇게 적지 않은 크리스천이 생긴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이어 “힘들어도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니 이루실 것이다. 아직 척박한 베트남 선교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미션&피플] 베트남으로 역파송 되는 응우옌 티 투하 전도사
입력 2018-05-1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