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모 집단후원 왜… 김경수-드루킹 사이 ‘커지는 의혹’

입력 2018-05-10 05:05

후원회 무관하게 모금 땐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 金 “후원금 확인해 보겠다”
드루킹, 金과 인맥 과시 金 팬카페 회원 유치 정황도


김동원(49·닉네임 드루킹)씨 일당이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치후원금을 내도록 한 정황이 9일 경찰에 포착되면서 둘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4일 조사에서 “2016년 6월쯤 국회 의원회관에서 드루킹을 처음 만났고 이후 7∼8회 정도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경공모의 집단 후원은 드루킹과 김 의원 사이에 이 같은 관계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드루킹 일당이 광범위한 댓글 작업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김 의원이 집단 후원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드루킹이 경공모 회원들에게 김 의원 후원을 요청한 뒤 해당 내역을 보고받아 엑셀 파일로 정리한 만큼 이를 김 의원에게 알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공모가 김 의원 후원회와 무관하게 회원들을 상대로 정치자금을 모금했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김 의원은 경공모 회원들의 조직적인 정치후원금 납입 여부에 대해 “내용을 더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검찰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으면서 접견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드루킹에 대한 체포영장을 이날 청구했다.

드루킹과 김 의원 사이가 일반적 정치인과 지지자 관계로만 보기 어려운 정황은 이밖에도 많다. 경찰 수사로 확인된 드루킹과 김 의원 간 1대 1 메신저 대화방도 최소 4개다. 집단 후원이 이뤄진 2016년 11월 드루킹은 김 의원과 텔레그램 대화방도 개설했다. 김 의원은 대화방에서 드루킹에게 기사 URL 10건과 “홍보해주세요” 등 내용이 담긴 메시지 14건을 보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3월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높은 시그널 메신저로도 모두 55차례 대화를 주고받았다.

드루킹이 김 의원과의 인맥을 과시하거나 팬 카페를 만든 정황도 있다. 민주당 지지 모임에서 영향력 있는 논객 A씨는 “나는 청와대와 김경수 라인이다.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드루킹에게서 받았다고 밝혔다. 경공모 고위등급 회원 B씨는 “지난해 5월 경공모 내부에서 김 의원 팬카페 ‘우윳빛깔 김경수(우경수)’를 만들고 회원들을 유치했다”고 주장했다.

허경구 김판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