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편집 포기” 네이버 … 드루킹 사건 결정타

입력 2018-05-09 18:37 수정 2018-05-09 21:58
뉴스 서비스 개편을 마친 모바일 네이버의 첫 예상 화면(왼쪽). 검색 판이 첫 화면을 차지하면서 기존에 첫 화면을 장식했던 뉴스 판은 두 번째로 밀리게 된다. 네이버는 검색 판을 뉴스가 아닌 날씨,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로 채우거나 구글처럼 검색 바만 남기고 비워둘 예정이다. 오른쪽은 뉴스 판에 국민일보가 직접 배열한 기사가 노출된 모습. 모바일 네이버 캡처

첫 화면서 뉴스·실검 삭제, 아웃링크 도입 ‘댓글 조작’ 대처… 언론사에 일부 관리 책임 넘겨
18년 만의 변화… 이르면 7월부터


18년 동안 뉴스 편집권을 쥐고 ‘포털 언론’으로 군림해온 네이버가 이르면 7월부터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기로 했다. ‘뉴스판’을 신설해 언론사가 독자적으로 기사를 배치할 수 있게 하고,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제외하기로 했다. 댓글 조작의 대책으로는 아웃링크 방식을 부분 도입하고, 언론사에 댓글 관리 권한과 책임을 일부 넘기기로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9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네이버 편집자가 더 이상 기사를 배열하지 않겠다”며 “올 3분기부터 뉴스 편집은 언론사에 맡기고 네이버는 기술·공간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네이버는 제휴를 맺은 124개 매체가 쏟아낸 기사 가운데 7개만 골라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노출했다.

한 대표는 “댓글 조작 문제는 네이버 첫 화면에 배열된 기사에 매일 3000만명(네이버 하루 이용자 수)의 시선이 집중되는 데서 비롯한다”며 “이번 뉴스·댓글 서비스 개편으로 네이버가 사업과 무관한 문제에 얽히는 구조를 끊고 기존 사업, 해외 진출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모바일 네이버 첫 화면으로 설정돼온 뉴스판은 검색판 옆 두 번째로 밀려난다. 뉴스를 보려면 첫 화면에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옆으로 밀거나 뉴스판을 눌러야 한다. 다만 이용자가 원하면 뉴스판을 다시 첫 화면으로 설정할 수 있다. 뉴스와 함께 관심이 집중돼 자주 논란을 일으켰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첫 화면에서 빠진다.

신설되는 뉴스판에서는 언론사가 직접 배열한 기사가 노출된다. 이용자가 뉴스판 제휴 언론사 43곳 가운데 선호하는 곳을 선택하면 해당 언론사가 고른 기사들이 나타난다. 다만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별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기사를 추천·배열하는 에어스(AiRS) 서비스와 PC 네이버의 ‘이 시각 주요 뉴스’ 서비스 12개 기사의 편집권은 유지한다.

아울러 네이버는 원하는 언론사에 한해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해 댓글 조작을 막기로 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몇몇 언론이 아웃링크를 도입하는 것만으론 거대 플랫폼인 네이버에서 뉴스를 읽는 구조가 바뀌기는 어렵다. 대부분 언론사들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아웃링크 방식보다 현행 인링크 방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댓글 조작이 재발할 수 있는 불씨를 남긴 셈이다.

네이버는 댓글 관리 책임을 일부 언론사에 넘긴다. 네이버에 인링크로 기사를 제공하는 모든 언론사는 자사 기사에 네이버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거나 댓글 정렬 방식을 ‘호감 순’ ‘최신 순’ 등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구글도 이날 모바일 뉴스 개편안을 발표했다. 구글은 기존 알고리즘을 대신해 AI가 양질의 기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의 관심사·거주지 등을 고려한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새 뉴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전 세계 127개국에 출시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