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경남 르포… “한국당이 자꾸 용심 냅니더” vs “쏠리면 안된다 아입니까”

입력 2018-05-10 05:05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9일 경남 창원시 농업기술센터 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관계자와 유기견을 안아보고 있다. 김경수 후보 캠프 제공
자유한국당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가 9일 경남 창원시 SK테크노파크에서 입주사협의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창원=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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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 보수표심 뭉칠 것” “이제는 與에 힘 보태줘야”


“민주당이 지금 잘하니까, 한국당이 자꾸 용심을 내는기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모(71)씨는 9일 지방선거 구도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나는 문재인당을 찍겠다”며 “경상도말로 용심진다고 한다. 한국당이 자꾸 못된 소리를 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용심은 ‘남을 시기하는 심술궂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보수야당이 무리하게 정부여당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다.

창원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이모(57)씨는 “평판이 고마 그쪽(김경수 후보)으로 조금 쏠리는 것 같다. 그런데 세상살이가 어느 누가 독점을 하면 안 된다 아입니까”라고 했다. 특별히 지지하는 후보는 없지만 지방선거 결과가 민주당으로 쏠리는 것은 경계하겠다는 뜻이다.

경남은 이번 6월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인 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재선 경남지사 출신의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맞붙는다.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예상이 있지만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지역 정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경남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도 승리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36.73%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37.24%를 얻었다. 홍 대표가 문 대통령보다 1만760표나 앞섰다.

표심은 문재인정부 1년 성과에 대한 판단에 따라 엇갈렸다. 석전시장의 또 다른 상인 이모(66)씨는 “여기는 무조건 한국당이 되는 동네인데 한국당 하는 꼬라지를 봐라”며 “좋은 건 좋다고 해야 되는데 무조건 몬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모(78·여)씨는 “저번에 모르고 1번을 찍었는데 나라가 망해버렸다”며 “우리는 당연히 2번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을 지원해주려는 것 같다고 했다.

김태호 후보와 김경수 후보를 모두 국회의원으로 뽑았던 경남 김해을의 민심도 팽팽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김태호 후보가 김경수 후보를 5000여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김태호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경수 후보가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이만기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김해시 내외동에 사는 60대 주민은 “김해는 김경수의 아성을 못 무너뜨린다”면서도 “그래도 나는 솔직히 김태호를 찍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너무 한쪽으로 휩쓸리다 보니깐 보수가 결집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시장에서 두부를 파는 서모(57)씨는 “예전에는 김태호 후보를 뽑은 적이 있는데 이제는 나라 발전을 위해 민주당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창원 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유기동물 대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김 후보는 “지난 1년 동안 문 대통령이 촛불 민심에 부응해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는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지방에서도 정부를 뒷받침해 반드시 성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는 창원 SK테크노파크를 방문해 기업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김 후보는 “우리가 탄핵 이후 제대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죄를 많이 지어서 표 달라는 소리를 못 하겠다”며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김해=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