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 대선 前에도 1만9000건 댓글 조작 정황

입력 2018-05-09 19:26

앞서 찾은 대선 후 7만건과 이번 9만건 내용 거의 일치…매크로 이용 여부 확인 예정
2016년 경공모 200여명 2700만원 김경수 후원한 듯


인터넷 여론 조작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동원(49·닉네임 드루킹)씨 일당이 대선 전부터 지난 3월까지 9만여건의 기사에 댓글 작업을 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했다. 드루킹 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과 대선 후보 경선 및 대선 과정에서도 1만9000건의 기사에 댓글 작업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일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스태프 김모(닉네임 초뽀)씨 주거지 압수수색을 통해 암호화된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했다”며 “USB에서 경공모 회원들이 2016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댓글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 주소(URL) 약 9만건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경공모 회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드루킹 일당이 지난해 4월 14일부터 지난 3월 20일까지 댓글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 URL 7만1000여건을 확인해 네이버에 자료보존조치를 요청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대선 직전 작업한 624건의 기사 내용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이번에 확보한 9만여건은 앞서 확인한 7만1000여건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나머지 1만9000여건 대부분이 대선 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URL을 열어 댓글 작업이 이뤄진 시기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드루킹이 댓글 작업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던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선 이후 개설된 카톡방에서 경공모 스태프가 회원들이 작업한 기사 URL 100여건씩을 매일 드루킹에게 보고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기사들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불법적인 댓글 순위 조작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경공모 회원들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집단 후원에 나섰던 정황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USB에서 ‘정치후원금 명단’ 엑셀 파일을 발견했다”며 “파일에는 경공모 회원 200여명이 2700여만원을 낸 내역이 담겼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대부분 5만∼10만원씩 후원했고 일부는 더 많은 금액을 냈지만 후원금 한도를 초과한 내역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드루킹 일당은 공지사항을 통해 김 의원 후원에 나설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보한 USB에는 김 의원 후원회 계좌번호와 예금주, 후원금 한도, 후원금을 낸 후 세액 공제를 받는 방법 등이 담긴 문건도 들어있었다. 엑셀 파일에는 회원 별로 후원이 이뤄진 날짜도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은 2016년 11월 한 달간 이뤄졌다고 한다. 경공모는 회원들이 지도부의 지시와 명령을 받는 상하 수직구조로 이뤄진 만큼 후원이 드루킹 주도 하에 이뤄졌을 개연성도 높다. 파일에 적힌 대로 실제 돈이 송금됐다면 드루킹의 지시로 경공모 회원 200여명이 일사불란하게 집단 후원을 한 셈이다.

경찰은 후원이 실제 이뤄졌는지, 후원과정에서 경공모 자금이 사용됐거나 경공모가 직접 모금을 주도했는지를 조사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 4일 김 의원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때까지는 후원금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해 김 의원 조사에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