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하나의 한반도 이후 ‘건강한 선교’ 청사진 그려야

입력 2018-05-08 00:01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에서 선언서를 채택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국민일보DB

남북 정상회담 이후 조성되는 화해 무드는 많은 사람에게 ‘평화 한반도’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북이 가장 가까워졌다는 요즘 지난 65년 동안 이어진 갈등 속에서도 ‘평화의 사도’를 자처했던 한국교회의 노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988년 2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88선언’으로 불리는 이 선언은 당시 사회 분위기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앞서갔던 통일에 대한 구체적 전망을 담았습니다. 또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평화만을 소망한다는 한국교회의 정체성 정립에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 6월에도 NCCK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한국교회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천안함 피격 사건 직후 남북관계가 최악일 때 발표한 이 성명에서 NCCK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을 천명하면서 “냉전구조 해체와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남북한을 비롯한 6·25전쟁 당사국들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다시 한번 촉구했습니다.

NCCK뿐 아니라 교회들의 관심은 항상 ‘평화협정’을 향했습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장벽도 이 일에 있어서만큼은 장애물이 되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성향의 기독교인이 모인 ‘평화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도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2016년 1월 발표한 성명서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분명하게 요구했습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북·미 대화를 촉진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선도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교회들이 보여준 평화를 위한 ‘용감한’ 목소리는 지금의 화해 무드에 일정 부분 기여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통일을 향한 여정의 초입에 선 지금 한국교회에는 또 다른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하나의 한반도가 된 뒤 ‘건강한 선교를 위한 정책 수립’이나 ‘북한 학자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한 한반도 기독교 역사 정리’ 등이 그것입니다. 지금보다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한 역할을 모색해야 합니다. 통일과 동시에 북한에 있던 옛 교회들을 재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물량주의 선교는 잠시 내려 둬야 합니다.

다음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함께 진행하는 ‘한반도 에큐메니컬 포럼’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홍정 NCCK 총무는 최근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파주의를 넘어 하나 된 교회가 북한에 세워지고 그 과정에서 남한 교회도 하나 된 교회로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건강한 구상들을 구체화하는 노력이야말로 한국교회가 이제부터 맡아야 할 역할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