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아트’ 창시자 마쓰에다 “실패에서 건진 발명품”

입력 2018-05-08 05:00

평면 액자에 다양한 형상 팝업시켜 “3D 아트는 AI시대에도 영감” 평가
서울 금산갤러리서 17일까지 전시

달걀노른자가 액자에 부착된 흰 껍데기를 깨고 병아리처럼 툭 튀어나오는 것 같다. 2차원의 평면 액자에 3차원의 다양한 형상을 팝업시키는 이른바 ‘3D 아트’를 개발한 일본의 마쓰에다 유키(38·사진). 그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날아오는 노른자를 입으로 받아먹는 익살스러운 동작을 취하며 2차원인 동시에 3차원인 자신의 작품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소재는 다양하다. “어릴 때부터 먹으면 힘이 나서 유독 좋아했다”는 달걀에서부터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금지 표시, 비상구 표시 같은 픽토그램(일종의 그림문자) 등이 작품 속으로 들어왔다. 그런 형상이 펀치를 날리듯 눈앞에 튀어나오는 입체 작업은 유머러스하다. 미술작품이라는 무게감을 걷어낸 때문인지, 일본에서 전 연령층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일본 도쿄예술대학 디자인과 출신인 마쓰에다는 처음엔 조각 작업을 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3D 아트는 실패에서 건진 우연의 발명품이다.

어느 날, 작업의 일환으로 미사일 탄두 조각을 제작하다가 플라스틱을 녹이는 과정이 잘못되는 바람에 탄두 일부가 껌처럼 앞으로 쭉 딸려 나왔다. 처음엔 낭패감이 몰려왔으나 곧 무릎을 쳤다.

“이거 역동적이다, 재밌겠다 싶더라고요.”

첫 시도로 트럼프의 7번 카드에서 하트가 튀어나오는 작품을 만들었다. 사랑이 날아오는 듯한 기분을 줘서인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달걀 시리즈와 함께 비상구 표지판 위에 사람이 탈출하는 형상을 표현한 비상구 시리즈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이번 전시에는 미국의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을 오마주해 그의 대표작 캠벨 수프 깡통을 패러디해 깡통이 튀어나오는 작품도 내놓았다. 그는 “워홀은 미술과 상업의 경계에 서서 미술 작품의 대량 생산 체제를 만든 혁명적인 작가”라면서 “저 역시 순수와 디자인의 경계, 평면과 입체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을 하고 있기에 워홀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금산갤러리 황달성 대표는 “3D 아트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인공지능 시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마쓰에다는 일본과 한국 홍콩 독일 등지에서 활발히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17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