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따라 바뀌는 금감원의 분식회계 결정

입력 2018-05-04 05:05
2016년 11월 삼성그룹 소속의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시장 상장을 준비할 때부터 시장에서 재무제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4년간 적자 상태였던 회사가 상장을 앞둔 2015년 1조9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반영한 결과이며 국제회계기준(IFRS)을 철저히 따랐다고 해명했다. 상장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정회계법인의 결산감사를 받은 데 이어 그 다음 해에는 금융감독원이 정한 안진회계법인의 지정감사를 받았다. 이후 또 논란을 의식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위탁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리를 했다. 회사 자체적으로도 나머지 국내 빅4 회계법인에 의뢰해 다시 감사를 받았다고 한다. 금감원도 2016년 12월 참여연대의 분식회계 의혹 제기에 ‘문제없음’으로 회신했다.

그런데 금감원은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통보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징계가 결정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이 난 사건에 유죄 판결을 내린 것과 같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3곳과 공인회계사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회계기관 모두가 내린 결론을 금감원이 뒤집은 것이다.

무엇보다 금감원 스스로가 ‘특별감리’를 내세우며 과거 결정을 번복했다. 이러니 현 정부의 코드에 맞춘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정부 실세인 참여연대 출신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세간의 얘기를 누가 부인하겠나. 정권에 따라 춤추는 이 같은 금융감독기관의 오락가락 행보는 참으로 한심하고 위험하다. 금융시장의 생명인 신뢰를 깡그리 허무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