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인의 말, 품격을 지켜야

입력 2018-05-03 05:05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미친 XX”라고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다음 날인 28일 서울역 등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문 대통령을 겨냥해 “핵폐기 한마디도 안 받아오고 200조원을 약속해버렸다. 미친X 아니냐”고 했다. 이어 “핵폐기 한마디도 얘기 안하고 200조원을 약속하는 이런 미친XX가 어디 있냐”며 “대한민국 치욕의 날이자 굴복당한 날”이라고도 했다. 또 촛불집회를 쿠데타로 지칭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 찬탈을 명령한 사람이 김정은이고 수행자가 문재인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또 “가짜 대통령 부인이라는 사람은 조숙하지 못하게 나불거린다”고 김정숙 여사도 비난했다.

조 대표는 대구 달서병에서 지난 18대 총선부터 내리 당선된 3선의 중진의원이다. 아마 친박 세력 등 보수를 결집시키는 차원에서 이들의 구미에 맞는 자극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에 가려 있는 보수 세력의 존재감을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드러내려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발언 때문에 조 대표는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인은 공인으로서 품격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말을 하면 지지자들이 박수치며 좋아하고, 자신이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위험 수위를 넘는 발언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더구나 조 대표는 ‘2014년 국회의원 아름다운 말’ 선플상에 선정된 적도 있다. 선플운동본부 주최로 고등학생과 대학생 100여명이 1년간 국회 회의록을 분석해 아름다운 언어 사용을 실천하는 국회의원을 선정해서 준 상이다. 조 의원은 당시 수상 소감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는데 모범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청소년들이 막말을 배울까 걱정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