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김광수 前 FIU 원장 내정

입력 2018-04-19 18:19 수정 2018-04-19 21:13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김광수(61·사진)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내정됐다. 한때 비리 의혹으로 추락했던 엘리트 관료가 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농협금융지주는 19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만장일치로 김 전 원장을 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앞서 농협금융 임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김 전 원장과 김용환 현 회장,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을 선정했다. 윤 회장은 바로 고사했고, 김 회장은 이날 임추위 직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이 그동안 부진을 딛고 경영 정상화를 이룬 시점에서 능력 있고 추진력이 뛰어난 인물이 최종 후보에 포함된 것을 보고 용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 과장, 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장·금융정책과장을 거쳤다. 김대중정부 때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도 지냈다. ‘영원한 대책반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오른팔로도 불렸다. 이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FIU 원장까지 맡았다.

잘나가던 엘리트 공무원이던 그를 추락시킨 건 비리 의혹이었다. 김 전 원장은 2011년 6월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부정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 선고까지 받으며 공직에서 파면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반전됐다. 김 전 원장은 2013년 1월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도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무죄 확정판결을 통해 복직 결정을 받았으나 금융위로 복귀하지 않았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에 사실상 내정됐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복직 6개월 만인 2014년 5월 사표를 냈고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을 맡았다. 김 전 원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결국 농협금융 회장 자리에 앉았다. 김 전 원장은 농협금융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