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기식, 정책용역비 1천만원 주고 기부금 5백만원 받았다

입력 2018-04-12 18:18 수정 2018-04-13 00:10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정치자금 사용 내역과 관련된 자료를 들어보이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왼쪽 사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 및 쟁점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히고 있다(오른쪽). 뉴시스
한국당이 공개한 2016년 당시 김 원장의 기부금 관련 질의에 선관위가 회신한 문서.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쓰여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국민대 계봉오 교수 밝혀… 2016년 홍일표 당시 보좌관 주도
계 교수에게 1000만원 송금 후 기부금으로 500만원 돌려받아
송금 장부엔 ‘잔금입금’ 기록… 1000만원 이상 책정 가능성
정치자금 셀프세탁 논란 거셀듯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 정책연구 용역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한 대학교수에게 지급한 뒤 500만원을 김 원장이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더미래연구소 기부금으로 되돌려받은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던 홍일표 청와대 선임행정관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김 원장에 대한 ‘정치자금 셀프 세탁’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 원장의 2016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서를 보면 김 의원실은 그해 4월 26일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에게 정책연구 용역 명목으로 1000만원을 송금했다. 계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실로부터 받은 정책용역비 1000만원의 절반을 더미래연구소에 기부금으로 냈다”며 “당시 이를 제안한 사람은 홍일표 행정관”이라고 말했다.

계 교수는 “홍 행정관이 ‘연구소 사정이 어렵다’며 ‘용역비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홍 행정관과는 서울대 사회학과 1년 선후배 관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말했다. 다만 계 교수는 “처음부터 용역비 일부를 돌려주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며 “홍 행정관의 제안은 용역비를 지급받고 난 뒤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계 교수는 국민일보 보도 이후 입장문을 통해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임에도 연구소에 기여하지 못해 미안해서 기부한 것”이라는 추가 설명을 내놓았다.

김 의원실은 계 교수에 대한 1000만원 지출 내역을 회계장부에 ‘정책연구 용역(잔금 입금)’이라고 표기했다. ‘잔금 입금’이란 통상적으로 먼저 낸 돈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추가로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김 의원실이 계 교수의 정책연구 용역비로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책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계 교수는 “김 의원실로부터 추가 용역은 없었고 1000만원 외에 전달된 추가 금액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실은 계 교수를 포함해 그해 4∼5월 8차례 총 8000만원을 정책연구 용역비 명목으로 경제개혁연구소 등에 송금했다.

김 원장이 2016년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연구기금으로 기부한 것이 “위법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도 허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중앙선관위는 김 원장의 질의에 대해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것이라고 회신했다”며 “김 원장은 불법임을 알고 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공개한 선관위 답변을 보면 ‘종전의 범위 안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무방할 것이나,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의 규정에 위반될 것’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당시 선관위 답변의 기본취지는 해당 단체나 법인의 규약 등에 따라 추가 출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부 사실은 증빙자료와 함께 선관위에 보고했고 이후 선관위로부터 어떤 소명이나 조치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선관위에 김 원장 관련 의혹에 대한 위법 여부 판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더미래연구소와 보좌진에게 정치자금 일부를 송금한 것, 피감기관 비용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김 원장을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배당, 수사에 착수했다.

문동성 이종선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