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세금도 부담키로… 평가손 피해는 구제 안해
당국 “공매도 아니다” 부인… 투자자 “공매도와 구조 흡사” 주식배당시스템 일제 점검
삼성증권이 지난 6일 주식배당 오류 사태 때 삼성증권 주식을 매도한 모든 개인투자자에게 당일 최고가를 기준으로 피해 보상을 한다. 가능한 한 많은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 당국은 주식거래 시스템 불신으로 확산되는 걸 차단하고 나섰다. 기존 현장검사보다 두 배 많은 인력을 삼성증권에 투입했다. 12일에는 각 증권사의 주식배당 시스템을 일제 점검한다.
삼성증권은 11일 투자자 피해 보상 방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삼성증권 주식을 지난 6일 오전 9시35분 이전에 보유했다가 그날 장 마감 전까지 매도한 개인투자자다. 6일 최고가였던 3만9800원과 실제 매도가격의 차이만큼 보상한다. 예를 들어 당일 최저가였던 3만5150원에 100주를 팔았다면 차액(4650원)에 100주를 곱한 46만5000원을 받는다. 오전 9시35분은 삼성증권 직원의 첫 주식 매도 주문이 있었던 시각이다.
지난 6일 팔았다가 같은 날 다시 산 사람의 경우 매수가격과 매도가격 차이만큼 보상한다. 만약 당일 최저가에 팔았다가 3만6150원에 다시 주식을 샀다면 차액인 1000원만큼 보상 받는다.
삼성증권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591건(11일 오전 11시 기준)이다. 이 가운데 매매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투자자는 107명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피해사례를 계속 받는 중이라 보상 금액은 아직 추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 투자자의 매매수수료 및 세금 등의 비용도 삼성증권이 부담한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적극적 보상 의지를 담아 최대한 폭넓게 투자자 구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6일 이후 매도한 투자자는 보상 대상이 아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배당 오류로 인한 직접 피해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도는 하지 않았지만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도 보상 대상에선 빠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대한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강구 중이다. 향후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경우 기관별 피해 규모를 확인해 향후 개별 협의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시작한 삼성증권 현장검사에 8명을 투입했다. 개별 사안의 검사 인력은 보통 4∼5명 수준이다.
개인투자자 여론은 ‘공매도 폐지’ 요구로 옮겨 붙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번 사태와 공매도 제도 개선 여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오류이긴 하지만 계좌에 주식이 있는 것처럼 찍혔고 주식이 팔렸기 때문에 공매도와는 다른 문제라는 분석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증권 직원들이 원래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대규모 매도했다는 점, 매도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는 점, 매도한 직원들이 다시 주식을 사서 채워넣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매도와 구조가 흡사하다고 꼬집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금융 당국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하는 공매도의 문제점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 당국은 공매도가 아니라고 하지만,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공매도와 비슷한 절차가 이뤄졌고, 그런 매매가 가능했었다는 것”이라며 “공매도 이슈가 아예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난한다. 개인이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1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약 6개월간 코스피시장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2473억원으로 72.7%나 차지한다. 개인투자자는 8억원으로 0.2%에 불과하다. 신용위험 때문에 기관들이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를 꺼리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일본 사례를 참고해서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줄 수 있는 기구를 만들면 지금과 같은 불만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삼성증권 “손해 보고 주식 판 개미에게 장중 최고가 보상”
입력 2018-04-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