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교회] 작은 교회 “삶의 지킴이로” 이웃과 동행

입력 2018-04-12 00:03
서울 강동구 성내1동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지난해 11월 오빌교회에서 열린 ‘행복동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함께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고 있다. 오빌교회 제공

“증평 모녀 사망 사건은 자살 유가족을 외면한 복지 사각지대, 이웃 관계의 단절이 가져온 비극입니다. 동 단위의 마을 공동체부터 생명존중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일 서울 강동구 오빌교회에서 만난 오만종(37) 목사는 모녀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 목사를 만나기 위해 성내동의 한 상가 지하 1층 공간에 들어서자 ‘성내 PLUS 작은 도서관’이란 팻말과 함께 깔끔하게 정리된 책꽂이와 책상 의자가 보였다. 한쪽 벽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동네주민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가득했다.

올해로 개척 7년차, 출석 성도 20여명에 불과한 오빌교회가 펼쳐 온 활동은 특별하다. ‘이 땅의 본이 되는 교회, 마을에 필요한 교회’란 슬로건을 걸고 꼼꼼히 동네 주민들의 필요를 살폈다. 성도들은 매월 마지막 주에 1인당 5000원씩 모아 홀몸노인에게 ‘사랑의 쌀’을 전달하고 성탄절엔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1인 1내복 선물하기 운동’을 펼쳤다.

오 목사는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알고 싶어 주민센터를 찾은 게 계기가 됐다”며 “따뜻한 동네를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중화요리집 안경점 마트 등 음식·물품을 기부하는 나눔가게도 늘었다”고 했다.

2년 전엔 강동구가 자살률이 높다는 소식을 접하고 라이프호프(대표 조성돈)의 자살예방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지역 내 ‘게이트키퍼’ 확산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구청, 보건소 등 지역 내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을 잇는 다리가 돼, 학교 보육원 주민센터 등에 생명존중에 대한 강의가 이뤄지도록 산파 역할을 했다. 최근 2년간 7500여명이 강의를 들었다.

오 목사는 직함이 여러 개다. 서울시 ‘살사(살자 사랑하자) 프로젝트’ 협력기관장, 라이프호프 강동지회장, 성내1동 복지네트워크 민간 부위원장 등을 맡으며 ‘생명존중 문화’가 확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오빌교회가 신앙공동체를 위한 개척이라면 자살예방 활동은 교회 밖 개척”이라며 “주민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는 것만으로도 지역 내 현황과 복지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다. 교회가 용기를 내 기관 문을 두드리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