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의한 헌법 개정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국교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교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동성애 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과 한국교회언론회는 반대 성명서를 냈습니다.
교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헌법에 ‘국가는 성별 등으로 인한 차별 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는 겁니다.
여기서 ‘성별 등으로 인한’은 그 뜻의 모호성 때문에 동성애 양성애 다자성애 수간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조항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현행 헌법에서 ‘민족문화의 창달’을 삭제하고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을 삽입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대한민국 국민이 누리는 기본권을 세계 모든 인류, 모든 외국인이 똑같이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패한 유럽의 다문화정책처럼 테러와 난민문제가 발생하고 국가안보 위협과 극심한 사회 혼란이 가중될 수 있겠죠. 게다가 지방분권마저 강화되면 동성애를 옹호·조장하고 이단비판을 원천 봉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나쁜’ 인권조례와 학생인권조례가 사실상 차별금지법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정부가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1987년 제9차 개헌 때 제정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뜯어고치려 합니다. 그러나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손꼽히는 미국 사례를 보면 이런 주장이 꼭 들어맞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은 과거 한국의 독재정부가 활용하던 대통령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도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이죠.
이런 이유로 최대권 서울대 헌법학 명예교수는 문제의 본질은 헌법이 아닌 대통령과 그 명령을 떠받드는 청와대 참모진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사실상 ‘제2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청와대 참모진이 행정권을 행사하고 국무총리, 각료로 구성된 ‘제1의 행정부’는 마치 그 집행기관처럼 떠받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권력자를 향한 줄서기 문화, 보은 인사, 여당과 계파 이익이 본질이니 이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헌법은 대한민국 최고 규범입니다. 헌법이 바뀌면 법률 명령 조례 규칙도 모두 그 아래로 들어갑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고 싶었다면 진보 교계의 주장처럼 국민과 소통부터 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조직법 정당법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치관행 정치문화 등 근본원인을 바꾸는 데 집중했어야 합니다.
현재 교계 인사들은 “개헌이 부도덕한 성행위와 이단, 이슬람을 보호하는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등 부수적인 것으로 향하고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정부 개헌안에 대해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찬성’ 아니면 ‘반대’밖에 없다는 겁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미션 톡!] 애매한 문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근거 될 수도
입력 2018-04-0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