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위관리 대만 간 날, 中항모전단 대만해협 진입

입력 2018-03-22 05:05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떠한 분열 행위도 굴복시키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 날 미국 고위 관리가 대만을 전격 방문해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같은 날 중국 항공모함인 랴오닝이 이끄는 항모전단은 대만해협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하는 등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을 방문한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21일 차이잉원 총통과의 면담에서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웡 부차관보는 또 타이베이의 미 상공회의소 만찬에서 대만 기업인과 관료들을 만났다. 전날 대만에 온 그는 22일까지 머무를 예정이다.

웡 부차관보의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지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서명 하루 뒤인 지난 17일에는 차이 총통의 측근인 천쥐 가오슝 시장이 미 의원들과 관료들을 만나기 위해 방미했다.

대만여행법에 따르면 미국과 대만의 관리들은 서로 상대국을 방문해 공무원들과 접촉할 수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대만과의 공식적인 교류는 피하는 정책을 펴왔다.

시 주석은 전날 연설에서 “중국은 어떠한 국가 분열 행위도 굴복시킬 능력이 있다”며 “위대한 조국에서 한 치의 영토도 절대로 중국에서 분리할 수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만여행법 발효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는 행위로서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해석됐다.

같은 날 랴오닝 항모전단은 대만해협에 들어가 무력시위에 나섰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옌더파 대만 국방부장은 항모전단이 18∼19일 동중국해에서 군사활동을 벌인 뒤 20일 대만해협에 진입했다고 확인하며 “항모전단의 동향을 추적 감시하다 긴급사태로 발전하면 헝산 지휘소(전시 지하 지휘소)로 들어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웡 부차관보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은 대만여행법을 결연히 반대하며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길 촉구하며 대만과 어떠한 방식의 정부 간 교류도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