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목회자이자 신학자인 후카이 도모아키(深井智朗·54) 도요에이와조가쿠인대 총장이 쓴 '신학을 다시 묻다'(비아)는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다. 원래 일본 신쿄 출판사의 신학 입문서 시리즈 중 하나인데, 국내 비아 출판사가 한국어로 번역해 '비아 제안들'이라는 자체 시리즈의 하나로 내놨다.
저자는 2000년 역사 속에서 교회와 신학이 각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술하고 있다.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됐는지부터 시작해 교회가 ‘시간’과 ‘죽음’의 통제를 통해 유럽인의 삶을 어떻게 지배했는지, 종교개혁 이후 신학이 어떻게 보편적 학문에서 각 지역과 국가의 정치를 뒷받침하는 상대화 과정을 거쳤는지 흥미롭게 분석해 나간다. 이를 통해 신학이 교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교회 밖 사람들에게도 유의미한 것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 출간을 기념해 한국 독자와의 만남 및 도요에이와조가쿠인대와 교류하는 이화여대 특강차 방한한 후카이 교수를 20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책을 쓰게 된 배경은.
“나는 비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우연히 주일학교에 다니면서 목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님과 친척은 지금도 기독교인이 아니다. 이런 가족에게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걸 어떻게든 설명하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개인적 이유 외에 신학자로서의 이유도 있을 듯하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세이가쿠인대, 긴조가쿠인대에 이어 2년 전부터 도요에이와조가쿠인대에서 기독교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인은 크리스마스도 좋아하고, 서양문화를 매력적으로 여기며 교회에서 목사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리면서도 정작 교회나 기독교와 직접 관계를 맺는 것엔 부담을 느낀다.
책에서 말했듯이 사회의 심층구조를 빙산에 빗대 설명하고 싶다. 작아 보이는 빙산 아래에 거대한 얼음이 있다. 의회민주주의, 3심 제도, 시장경제를 비롯해 인권이나 정교분리 원칙에 이르기까지 수면 위에선 안 보이지만 신학이 미친 영향이 크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고려할 때, 곧바로 신학이 중요하다고, 교회에 가자고 말하면 즉각 거절할 것이다. 신에 대해 모르더라도 기독교, 신학과 결부된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그는 가족 반대를 무릅쓰고 도쿄신학대학에 입학, 세계적인 신학자 기타모리 가조의 수업을 들었다. 독일 뮌헨 유학땐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교수의 마지막 제자로 지냈다.
-일본은 기독교인 비율이 1% 미만이다. 책에서도 일본 신학의 빈곤을 언급하고 있다.
“일본, 한국 모두 해외에서 자동차 산업을 배웠다. 자동차를 들여와서 해체하고 연구한 끝에 지금은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든다. 미국에 가면 도요타나 현대차가 더 많이 보인다. 우리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배운 기독교 역시, 우리 사회 안에서 다시 해체하고 조립해서 해외에 역수출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프랑스혁명 이후 ‘교회 밖 신학’과 ‘교회 안 신학’으로 분리됐다고 지적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도 ‘가나안 성도’라 불리는, 교회를 떠난 이들이 많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각자 처해 있는 상황에 편리하게 최적화된 신을 갈구한다. 교회는 떠났지만 교회 밖에서 ‘영성’을 추구한다. 종교가 시장에서 소비 대상으로 전락하고, 시장 안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 승자가 되는 현상은 바르다고 할 수 없다.”
-대안이 있을까.
“우선 교회가 왜 이렇게 됐는지 성찰해야 한다. 동시에 교회 밖 사람들도 교회를 무조건 외면하지 말고 소통해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현상은 2000년 기독교 역사 안에서 보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교회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넒은 시각으로, 다시 원점에서부터 답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그는 책에서 신학을 “시대정신이나 사회적 상황이 낳은 물음에 대해, 그리스도교라는 무대 위에서 당대 언어나 사상을 활용하여 예수의 가르침을 재해석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바람직한 신학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절대적 존재가 아니기에 완전한 답변을 내놓을 수 없다. 어떤 시대적 상황에 놓여있는 교회인지 보면서, 성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완벽하진 않아도 가장 최선의 것을 답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저자와의 만남-후카이 도모아키] 세상 속에서 바라본 교회와 신학의 모습
입력 2018-03-22 00:00